닫기

[조성준의 와이드엔터]내한하는 ‘일본의 안성기’, 그가 대단한 배우인 이유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713010008271

글자크기

닫기

조성준 기자

승인 : 2024. 07. 14. 10:47

20~21일 한국 찾는 야쿠쇼 코지, 나이 들어서도 계속된 연기 변신으로 주목
야쿠쇼 코지
일본의 '국민배우' 야쿠쇼 코지가 영화 '퍼펙트 데이즈'의 홍보를 위해 오는 20~21일 내한한다. 사진은 이 영화의 한 장면으로, 야쿠쇼는 극중에서 공공시설 미화원 '히라야마' 역을 호연해 지난해 열린 제76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제공=티캐스트
지난 3일 개봉한 영화 '퍼펙트 데이즈'의 홍보를 위해 오는 20~21일 한국을 찾는 야쿠쇼 코지는 '일본의 안성기'로 우리에게 낯익다. 1956년생으로 나이는 안성기보다 다섯 살 어리지만 작품에 임하는 성실한 자세와 철저한 자기 관리, 푸근한 인상이 비슷해 안성기와 함께 자주 언급되곤 했다.

오구리 코헤이 감독의 1996년작 '잠자는 남자'에 함께 출연하면서 인연을 맺은 이들은 2003년 제8회 부산국제영화제의 부대행사로 열린 오픈토크에서 서로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존경심을 표현해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당시 이 자리를 직접 취재했는데, 두 배우가 말보다는 주름 가득한 특유의 미소로 답변을 대신할 때가 워낙 잦아 받아적을 기삿거리가 적어 은근히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이후 꽤 오랫동안 관심에서 멀어졌던 야쿠쇼를 다시 만난 건 2년전 개봉한 '멋진 세계'와 지난해 OTT로 관람한 '고독한 늑대의 피'를 통해서였다. 15년만에 출소한 전직 야쿠자를 연기한 '멋진 세계'와 부패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누구보다 정의로운 형사로 출연한 '고독한 늑대의 피'를 차례로 보고 나서 '도대체 이 배우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새삼 궁금해졌다.

이들 작품속에서 그는 칠순을 향해 가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유연하면서도 힘이 넘친다. 온몸에 덕지덕지 남아있는 악행의 흔적을 어렵게 씻어내고 제목처럼 '멋진 세계'를 맞이하자마자 허무하게 생을 마감하는 '미카이' 그리고 거리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외로운 한 마리 늑대처럼 거침없이 선악을 넘나드는 '오가미'는 야쿠쇼 코지란 배우를 늘 뒤따라다니던 기존의 이미지, 이를테면 '실락원' '큐어' '쉘 위 댄스' 등에서 보여줬던 고독하고 진중한 도시남의 모습을 완벽하게 배신한다.
또 이 과정에서 파격적인 수위의 노출과 액션 연기도 마다하지 않는 열정 역시 놀라웠다. 백윤식과 송강호 정도를 제외하곤 나이가 들면서 필요 이상으로 점잖아지는 한국의 중견 남자 배우들과 비교됐다.

한국 연기자들에 대한 얘기가 나온 김에 하는 말이지만, 팬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의 '국민배우' 안성기에게 감히 아쉬운 지점도 바로 이 같은 대목과 관련돼 있다. 전성기라 할 수 있는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의 출연작들 가운데 '고래사냥' '깊고 푸른 밤' '개그맨' '투캅스'에서처럼 풀어지고 유들유들하면서 어쩔 때는 불량기가 넘쳐흐르던 모습의 연기를 가끔씩이라도 계속 보여줬더라면 더 좋았을걸 싶다.

돌이켜보면 어떤 캐릭터든 담아내는 그릇이 정말 큰 연기자인데도, 지금의 젊은 관객들에게는 그저 '반듯하고 진지한 아저씨'로만 기억되고 있는 게 못내 안타까워 그렇다. 물론 지금이야 병마에 의해 무너진 건강을 하루라도 빨리 완전히 회복하는 게 급선무이긴 하지만 말이다.

들리는 얘기에 따르면 십 여 년전부터 혈액암으로 활동을 중단하기 전까지 안성기는 자신을 기존의 이미지대로만 활용하려는 영화계에 이따금 갈증을 토로했다고 한다. "나도 모르는 내 모습을 끄집어낼 수 있다면 얼마든지 출연하겠다"는 뜻을 수시로 밝혔지만, 성에 차는 작품의 출연 제의가 없다시피 해 조금은 서운해 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한국의 야쿠쇼 코지'가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기자 개개인의 끊임없는 노력은 기본이고 그를 둘러싼 제작 환경이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어 보이는 명배우가 이름값에 안주하지 않고 현재진행형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경이로울 정도로 멋있다. 둘러보면 야쿠쇼처럼 될 수 있는 배우들이 일본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더 자주 보고 싶은 이유다.

조성준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