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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바다 유목민’ 바자우 라우트족 정착촌 강제철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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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4. 06. 09. 15:44

MALAYSIA-MIGRATION/EVICTIONS <YONHAP NO-3908> (via REUTERS)
말레이시아 사바주 툰 사카란 해양공원의 한 주택이 강제로 철거되며 불타고 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바다의 유목민'이라 불리는 바자우 라우트족의 정착촌을 강제로 철거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말레이시아 정부가 '바다의 유목민'이라 불리는 바자우 라우트족의 정착촌을 철거해 500명 이상이 쫓겨났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현지매체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당국이 사바주(州) 해안을 따라 분포한 바자우 라우트족의 선상 가옥을 불태우고 철거함에 따라 500명 이상의 바자우 라우트족이 쫓겨나거나 이주를 강요당하고 있다.
대부분이 무국적인 바자우 라우트족은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등지에서 수상가옥이나 뗏목 위에서 생활한다. 이 때문에 '바다의 유목민'이라고 불리는데 대부분이 수세기 전부터 거주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법적인 국적이 모호하거나 국적이 없어 교육·금융·의료 등 기본적인 서비스와 시설에 접근할 수 없다. 말레이시아도 바자우 라우트족에 대한 공식 통계를 가지고 있지 않다.

말레이시아 사바주에는 약 100만 명의 미등록 이주민과 무국적자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사바주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최근 몇 년 동안 불법 이주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왔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지난 3월 발표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당국은 2020년 5월 이후 약 4만 5000명의 미등록 이민자를 구금해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해안에서 여러 구조물들이 불타고 있거나 제복을 입은 남성 여러 명이 해변의 나무집을 큰 막대기로 부수고 불태우는 장면이 올라왔다. 사바주에서 활동하는 사회단체 보르네오 콤라드의 설립자인 무크민 난탕은 "바자우 라우트족은 공식적인 국경이 생기기 이전부터 이 지역에서 살아왔다. 이들에게 가해지는 조치는 잔인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사바주 당국은 "사바공원이 관리하는 보호 구역에서 허가 없는 어업·구조물 건축과 같은 불법 활동에 대해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한 국가의 법률 주권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사바주 관광문화환경부 장관은 "일부 주택 소유자가 동정심을 얻고 소셜미디어에 퍼뜨리기 위해 자신의 집을 불태우기도 했다"고 주장하며 "이번 작전은 국경 간 범죄를 포함한 보안 요인을 고려해 수행됐다"고 강조했다.

인권단체들은 말레이시아 당국에 강제 퇴거를 중단하고 이들의 안전과 보호를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바자우 라우트족의 강제 이주·추방은 말레이시아 소수민족에 대한 평등한 대우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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