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이사진 교체 등 조직 개편
“실적 차이 따라 사업 방향차 뚜렷”
◇신동빈 회장, 롯데칠성 경영 복귀 후 주류 사업 확대
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증류소 부지를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에서 서귀포시 내 다른 부지로 변경하고 연말까지 인·허가 절차를 마무리한다. 신례리 부지의 경우 마을 주민들이 공장의 오·폐수 배출 자료에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로 공사를 반대하면서 사업이 지연돼 왔다. 인근 주민 동의 없이 증류소를 착공할 수 있는 곳을 최 우선 순위 후보로 점찍은 상태다.
회사 로드맵대로라면 내년 2분기까지 제주 증류소를 완공하고, 2026년부터 시생산에 들어간다. 해당 증류소가 완공될 경우 국내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위스키 증류기 설비제조업체 포시스에 증류기 주문 계약을 완료한 상태다. 포시스의 증류기 제작 기간이 최소 약 1년 6개월로 알려진 점을 고려하면, 설비 설치까지 여유가 있는 편이다.
일각에선 지난해 3월 롯데칠성 경영에 복귀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의중을 반영해 위스키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신 회장이 2021년 롯데칠성에 제주 신사업팀 조직을 신설하고 위스키 증류소를 건설하라고 지시하는 등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서다. 신 회장은 와인 브랜드 '마주앙' 리뉴얼에 이어, 인수할만한 프랑스 와이너리를 물색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마주앙의 대표 제품인 '마주앙 시그니처 코리아 프리미엄'은 신동빈 와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회사는 증류수 건설 효과가 크다고 보고 있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증류소 건설을 통해 위스키 사업 진출 이외에도 양조 관련 기술 중 하나를 익힐 수 있다"며 "가령 와인, 청주, 맥주를 증류하면 각각 브랜디, 증류식 소주, 위스키가 된다. 경우에 따라선 증류식 소주 등이 지속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 "위스키 사업 전략, 속도전→장기전 수정"
신세계엘앤비는 전략을 수정했다. 그동안 애주가로 소문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특명으로 속도전을 벌였지만, 앞으로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기로 했다. 앞서 2022년 위스키 생산을 공식화하고 사내 위스키 신사업 전담 조직인 W비즈니스팀을 꾸리면서 사업 운영은 시간문제로 봤다. 실제 증류소 설치를 위한 인·허가를 준비하는 한편, 한국식품연구원과 한국형 위스키의 생산방법과 제품연구를 진행했다. 정 부회장의 지시로 신세계엘앤비가 2021년 제주위스키 등 위스키 상표 14개를 출원했다.
이후 지난해 조직 개편을 통해 W비즈니스팀을 해체하면서 반전됐다. 사내이사진도 모두 교체됐다. 대표에 이어 지원담당은 이상호 이사에서 강성원 이사로, 영업담당은 문성후 이사에서 신현우 이사로 변경됐다.
강 이사는 이마트에서 해외소싱담당 수출입지원팀 팀장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데, 이번에 신세계엘앤비에서 인사·재무 등을 총괄하는 최고재무관리자(CFO) 역할을 맡게 됐다. 신 이사는 이마트 미국법인 조직문화팀 팀장으로 근무한 경험과 함께 과일 바이어 경력도 있다. 우수 국산 농·수·축산물을 발굴·지원하는 '국산의 힘 프로젝트'를 추진한 경험도 있는데, 이번에 신세계엘앤비에서 영업을 총괄하게 됐다.
일각에선 양사의 전략 차이를 실적 차이에 따른 결과로 보고 있다. 롯데칠성의 주류부문이 견조한 수익성을 이어나가고 있는 반면 신세계엘앤비는 순이익 54억원(2022년 9월 말)에서 순손실 10억원(2023년 9월 말)으로 적자전환하면서, 사업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일각에선 정용진 부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비효율을 걷어내고 수익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위스키 사업 도전의 필수 조건을 '흑자전환'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세계엘앤비 관계자는 "현재는 와인 사업에서 수익을 많이 내고 있는 만큼 잘 하고 있는 와인사업에 집중하고 있다"며 "새 대표가 부임되고 일부 조직이 변경됐지만, 기획팀에서 위스키 시장을 모니터링 중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