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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만인들의 독립 '결기'에 따른 친중 후보 선택이라는 결과뿐만 아니라 대만 선거가 세계인의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독특한 대만의 개표 방식이었다. 투표 관리원이 투표함에서 투표지 한 장을 꺼내 큰소리로 어느 후보를 찍었는지 외치고 투표지를 머리 위로 올려 모두가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이 모습을 "누구나 보고 촬영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이 한 장씩을 대중에게 직접 보여주는 셈이다.
개표하는 방식도 흥미롭게도 철저하게 아날로그식이다. 마치 과거 초등학교 반장 선거에서 하듯이 누구나 볼 수 있는 종이에 바를 정(正)자로 표의 수를 표시해 나갔다. 마침내 한 투표함의 개표가 모두 끝나 투표함이 비게 되면, "빈 투표함을 대중에게 보여주었다."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의 선두주자인 TSMC가 있을 정도로 대만은 디지털 산업에서 뒤처진 나라가 아니지만 투개표 방식은 '디지털'과는 거리가 멀다.
이 모습을 보고 대만의 선거방식이 첨단기술을 활용할 줄 모르는 후진적 방식이라고 평가하는 이들은 드문 반면, 오히려 이런 모습을 통해 "대만의 선거가 투명하다"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대만의 개표 과정을 동영상으로 올린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기자 코넬리우스 디크먼도 "대만의 민주주의가 작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만의 수(手) 개표 과정을 동영상으로 확인한 한국의 네티즌들도 "부럽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우리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국의 유권자들로서는 이런 대만의 개표과정이 '개표과정의 부정 시비'가 끊이지 않는 우리의 현실과 겹쳐져 보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50만명이 넘는 인력이 총선 등의 선거관리를 위해 배치되지만, 문제는 "투표 때 사전투표 수든, 개표 때 투표지 수든, 그 수를 세는 사람이 없다!"(아시아투데이 2023.7. 박주현 칼럼). 사전투표의 경우에도 "책임을 지고" 사전투표 수를 헤아리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다. 박주현 변호사에 따르면, "사전투표록에 기재된 투표인원과 투표용지 발급 수는 투표관리관이나 투표사무원이 숫자를 센 수가 아니라 중앙 서버가 몇 명이 투표했다고 알려주는 숫자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사전투표수 조작 의혹이 나오는 것이다.
대만의 경우에는 투표 종료 후 투표함을 옮기지 않고 해당 투표소에서 곧바로 개표작업을 진행한다. 사전투표가 없다 보니 보관과정에서 투표함 바꿔치기 등의 문제가 발생할 소지 자체가 없다. 우리의 경우 사전투표 보관함의 안전한 관리도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개표장에서는 전자개표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결국 개표장에도 투표지 수를 세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고 단지 계수기라는 기계를 통해 수를 확인하는 것이 전부다. 그러다 보니 몇 개를 확인하다가 기계에 맡겨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번 대만 총통선거를 치른 대만 유권자들로부터 배울 점은 그들의 투철한 '독립' 정신뿐만 아니라 그들의 '투명한 선거'를 위한 노력이다. 우리나라도 올해 총선부터는 투표지들을 개표 사무원이 한 장씩 집어서 눈으로 확인하는 "전자개표 후 수(手)검표" 방식을 도입할 방침이라고 한다. 불편하더라도 사람이 '사전투표든, 개표든' 투표자 수를 책임지고 헤아리는 것만이 투명한 공정선거에 대한 믿음을 준다는 것을 선관위가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