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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계기로 북한·중국·러시아 북방 3각과 한국·미국·일본 3국 협력 간의 지정학적 대결구도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국은 북방 3각과 3국 협력이 충돌하는 최전선에 위치하고 있다. 지정학 시대의 키워드는 제로섬 게임, 영토적 야망과 영토 분쟁, 동맹관계, 역사적 갈등, 자원 경쟁 등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3월 2040년까지 인공지능(AI) 과학기술강군을 육성하는 내용의 '국방혁신 4.0'을 발표했다. 그런데 역사의 쓰레기통에 버려졌던 지정학이 다시금 국제관계의 전면에 등장했다. 따라서 '국방혁신 4.0'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2040년을 바라보는 미래지향적인 군사혁신을 어떻게 역사퇴행적 특징을 보이는 '지정학 복귀'라는 시대적 추세와 조화를 이룰 것인가?"로 보인다.
'국방혁신 4.0'의 요체는 북핵·미사일 대응능력 강화, 군사전략·작전개념 발전, AI 기반 핵심 첨단전력, 군구조 및 교육훈련 혁신 등이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사람'이라는 인적요소의 강조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이런 면에서 국방혁신 4.0은 럼스펠드가 추진했던 군사혁신(RMA)의 실패 사례에서 귀중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
2003년 3월 '충격과 공포' 작전으로 이라크 군대를 궤멸시키고, 부시 대통령이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에 착륙해 '임무 종료'를 선언하면서, 일견 RMA는 성공을 거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미국은 그 이후 20년 동안 대반란작전을 수행하며 이라크의 수렁 속에서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바드다드에 진입한 동맹군을 '해방군'으로 환영할 것이라는 착각, 시아파·수니파 간의 처절한 종족 갈등, 죽음을 각오하고 저항하는 자살특공대, 침공에 50만명이 필요하다는 신세키 육군총장의 건의를 무시하고 불과 15만명만을 투입한 결정 등이 인적 요인의 중요성을 간과한 대표적 사례들이다.
제임스 맥콘빌 전 미국 육군총장은 2017년 취임 일성으로 '사람에 대한 배려(taking care of)'와 '사람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미 육군은 '인재를 위한 전쟁'을 선포했다. 그는 '군대를 만드는 것은 사람'이라는 신념으로, 육군 현대화 계획의 핵심을 '사람'으로 설정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노트북과 스타링크 수신기를 휴대한 3~4명의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팔린티어사가 개발한 표적획득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러시아군을 공격하는 모습을 전하며, 이를 인류 최초의 '알고리즘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구글 회장을 지낸 에릭 슈미트는 지난해 3월 "혁신의 힘: 기술은 미래 지정학을 좌우하는 관건"이라는 '포린어페어즈' 기고문에서 기술혁신이 지정학의 미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임을 강조했다.
우리 군도 장병들의 디지털 문해력, 창의력, 독창성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군 리더십도 '어떻게 싸워 이길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런 면에서 우리도 '인재를 위한 전쟁'이 필요하다. 전쟁의 시대, 지정학 귀환의 시대에 '사람'이라는 인적요소가 보완돼 '국방혁신 4.0'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 이뤄지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