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디테일에 있다. 큰 방향에서 비례대표 방식을 병립형으로 바꾸는 것이 순리다. 현 연동형 제도는 21대 총선을 넉 달 앞둔 2019년 12월 국민의힘 반대를 묵살하고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과 군소 정당들이 야합해 태어난 '해괴한 제도'다.
2020년 4월 총선에서 이 제도에 힙입어 자질이 의심되는 후보들이 적잖이 국회에 입성했다. 윤미향·최강욱·김의겸·김홍걸 등 21대 국회에서 물의를 빚은 의원 상당수가 위성 정당 출신인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선거법을 당장 고치지 못하면 내년 총선에서도 자격 미달 인사들이 국회의원이 되고, 거대 양당의 위성 정당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야당에서는 조국 전 장관이나 송영길·이낙연 전 대표가, 여당에서는 이준석 전 대표가 신당을 만들어 정치권에 복귀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생긴다. 범죄· 비리 혐의로 퇴출당해야 할 인사들의 신분세탁과 국회 입성 통로로 선거법이 악용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수를 배분하는 병립형으로의 복귀는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선거법 개정 기구인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개점휴업 상태지만 물밑 의견 개진은 이어지고 있다. 총선 예비 후보자 등록일(12월 12일)까지는 열흘도 남지 않았다. 국민의힘 입장은 원래 병립형 제도로 되돌아가자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아직 불분명하다.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제는 민주당이 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