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부회장 취임 이후 조직문화 혁신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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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현대차에 따르면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 직원의 수가 지난 2017년 22건에서 2022년 285건으로 5년 새 약 13배 급증했다. 마찬가지로 여성 직원의 육아휴직은 같은 기간 약 2배 증가했다. 자동차 회사 특성상 남성이 여성에 비해 절대적으로 많지만, 육아휴직 비율은 다른 대기업들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여성 임원과 관리자의 수도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국내와 해외를 합한 여성 임원 수는 46명으로 지난 2021년에 비해 7명이 늘었다. 여성 관리자도 1989명에서 2155명으로 166명 늘었다. 반면 남성 관리자는 오히려 535명이 줄었다. 여성 전체 임직원수 비율은 2017년 7.4%, 2019년 7.6%, 2020년 8.6%, 2021년 9.0%, 2022년 9.6%로 지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창사이래 처음으로 1만2000명을 넘기기도 했다.
남성 육아휴직이 늘고 여성 임원이 증가하는 등 현대차의 '이미지 변신'은 최근 몇 년 전부터 본격화됐다. 지난 2018년 9월 수석 부회장에 오른 정의선 회장이 경영 전권을 잡으면서다. 자동차 산업 특성상 현대차는 남성 중심적이면서 경직된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유연한 조직문화를 강조하는 정 회장의 노력으로 근무 복장, 보고 문화 등이 개선됐고, 보수적인 조직 문화에도 혁신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직원들 사이에서는 복장 자율화를 전면 시행한 지난 2019년부터 청바지와 티셔츠 등을 입게 되면서 사내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삼성과 LG 등이 비즈니스 캐주얼 근무제를 도입했을 때에도 보수적인 기업문화가 뚜렷한 현대차는 연구소 등 일부 부서를 제외하고는 모두 정장 차림을 고수했다. 여름철 반팔 와이셔츠 역시 회사 규정에 따라 착용할 수 있는 시점이 정해져 있었다.
복장 이외에도 근무 시간·장소가 자율화되고 보고 문화가 개선되면서 수평적 문화가 확산됐다는 평가도 잇따른다. 현재는 일부 부서에 한해 원하는 좌석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했지만 향후 자율좌석제의 전면 시행을 도입할 계획이다. 또 점심시간 등의 자율화를 통해 개인의 자율성을 대폭 확대했으며, 결재판을 없애고 이메일 등 비대면 보고를 확대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였다.
변화의 중심에는 항상 정 회장이 있었다. 유연한 조직 만들기와 소통을 키워드로 시작한 임직원 타운홀 미팅 등은 MZ세대 직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연초 경기도 화성 남양기술연구소 대강당에서 열린 신년회에선 젊은 직원들과 기념 셀카를 찍으며 격의없는 소통 행보를 이어갔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물이 고이면 썩는 것처럼 변화를 멈춘 문화는 쉽게 오염되고 깨어지기 마련"이라며 "미래를 향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결과에 대한 두려움 없이 새롭게 시도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직원들에게는 "각자 업무를 돌아보고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불필요한 허례허식은 정리해 스마트하고 유연한 업무방식을 생활화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