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톡톡! 시사상식] “공포에 살고 공포에 죽는다”…글로벌 IB도 떠는 CDS 프리미엄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30414010008465

글자크기

닫기

주성식 기자

승인 : 2023. 04. 14. 16:08

GLOBAL-BANKS/CDS
주가 시황표 앞 도이체방크 로고. /사진=로이터, 연합
지난 3월 말 도이체방크가 난데없는 위기설로 주가가 연일 폭락하는 곤혹스러운 일을 겪었습니다. 미국의 중소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한데 따른 후폭풍이 대서양 넘어 스위스 2위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지더니 결국 바로 위에 위치한 이웃나라 독일의 최대은행까지 흔들리게 한 것입니다.

사실 도이체방크 입장에서는 시장에 위기설이 제기된 것 자체가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도이체방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정책에 따른 유동성 부족에 시달린 고객들의 대량예금인출(뱅크런) 사태로 무너진 SVB, 투자실패에 따른 손실 규모 확대 등의 문제로 흔들린 CS와는 달리 매우 탄탄한 재정건전성을 가진 곳이거든요. 다시 말해 주가가 폭락할 만큼 회사 내부에 뭔가 큰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이체방크가 위기설에 휩싸인 이유는 바로 시장의 '공포감'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일단 도이체방크 위기설의 시작이 SVB 파산에서 비롯된 것 자체는 맞습니다. SVB 파산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에 변동성이 커졌고, 그 여파로 연이은 투자실패 등의 이유로 가뜩이나 불안불안했던 CS마저 유동성 위기에 몰려 스위스 동종업계 1위인 UBS에 인수·합병됩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 관여한 스위스 금융당국이 CS가 발행했던 신종자본증권(AT1)을 전액 상각키로 한 데 따른 유탄이 도이체방크에까지 미쳤다는 것입니다.

흔히 '코코본드(조건부자본증권)'로 불리는 AT1은 특정 조건에 따라 주식으로 전환되는 우발적 전환사채입니다. 발행기관 입장에서는 CS 사례처럼 재정적 위험이 발생했을 경우 채권이 보통주로 전환돼 자본을 늘려주는 손실 흡수 메커니즘을 갖췄습니다. AT1은 투자자에게도 매력적인 상품입니다. 시장상황이 안좋을 경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리스크는 있지만, 그럴 만한 특별한 위기 상황이 없다면 다른 일반채권에 비해 높은 금리 수익률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AT1이 상각 처리된다는 것은 손실을 볼 수 있는 위기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CS 위기는 도이체방크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입니다. 그렇지만 시장에서는 스위스 금융당국의 전액 상각 조치로 휴지조각이 돼 버린 ATI을 도이체방크가 그동안 많이 발행해왔다는 점에 주목했고, 이게 바로 뜬금없는 위기설이 제기된 배경이 됐습니다. 그리고 도이체방크의 부도 가능성을 나타내는 'CDS(신용디폴트스와프)' 프리미엄(가격)이 먹이감을 찾아 눈에 불을 켜고 있는 글로벌 헤지펀드의 공매도 등의 영향으로 급등하면서 주가폭락으로 이어졌습니다.

USA-SEC/CREDIT SUISSE
스위스 베른에 위치한 크레디트스위스 지점. /사진=로이터, 연합
CDS는 채권을 발행한 금융회사가 부도 등의 어려움을 겪을 경우 손실을 보전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신용파생상품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잘 아는 아이폰 제조회사 애플에 투자한 CS가 혹시 있을 지 모를 애플의 파산·부도 등 경영상의 위험에 대비해 도이체방크로부터 CDS라는 상품을 돈(수수료)을 내고 구입하는 방식으로 보험을 들어둔 것이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만에 하나 애플이 사업 부진으로 망하게 되면 CS는 그동안 돈(수수료)을 정기적으로 지불하며 CDS를 구입했던 도이체방크로부터 투자 원금을 보전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이 때 투자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CDS를 거래하면서 신용위험을 이전한 대가로 지급하는 수수료를 'CDS 프리미엄'이라고 합니다.

CDS는 JP모건이라는 투자은행이 1995년 처음 개발했지만,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진 것은 중국 등 신흥경제국의 경제가 급성장하기 시작한 2000년대부터입니다. 10%대에 가까운 고도성장을 하는 신흥경제국에 투자하고 싶지만, 선진국에 비해 불투명하고 변동성이 높은 투자환경이 꺼림직했던 글로벌 투자은행 입장에서는 신용위험을 다른 금융회사로 분산시킬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CDS 프리미엄이 단기간에 급등할 경우 이를 보유한 금융회사의의 부도 위험이 높아지는 시그널로 인식돼 위기를 초래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20대 남성이 자동차보험에 가입할 때 산정되는 보험료가 30~40대에 비해 높은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자동차 사고 발생 위험이 높을 수록 보험료가 비싸지는 것처럼 채권을 발행한 기업의 부도 가능성이나 신용위험이 높아지면 CDS 프리미엄은 오르게 마련입니다.

고수익을 노린 글로벌 헤지펀드의 장난에 따른 것이기는 합니다만, 앞서 언급했던 대로 CDS 프리미엄 급등으로 위기설에 휩싸인 도이체방크의 사례는 단 하나의 돌발변수에도 취약하기만 한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의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준 것만 같아 씁쓸하기만 합니다. 흔히 '펀더멘탈(기초체력)'이라고 불리는 그 회사의 실제 경영상황, 재정건전성 등과는 전혀 무관한 '막연한 공포감'이 오히려 위기를 증폭시킬 수 있음이 또다시 확인된 것입니다.
주성식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