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주석의 사우디 방문은 원래 올해 4월 이뤄질 예정이었다고 한다. 빈 살만 왕세자가 3월 그를 공식 초청한 만큼 방문이 이뤄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던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계획은 갑자기 취소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 같다. 빈 살만 왕세자가 다시 정중히 초청을 했을 뿐 아니라 시 주석 역시 방문 의지가 강하다. 게다가 중국 입장에서는 친미 국가를 자처하다 최근 다소 거리를 두고 있는 양상을 보이는 사우디와의 관계를 대대적으로 증진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에 방문을 결행할 수밖에 없다.
사우디는 당연히 시 주석에 대한 예우를 최고 수준으로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베이징 외교가에는 그가 과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경험한 환대 못지 않은 갈라 리셉션을 받을 것이라는 소문도 파다하다. 지난달 조 바이든 대통령이 빈 살만 왕세자와 이른바 '주먹 인사'만 교환한 것에 비하면 엄청난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시 주석은 이번 방문을 통해 의전에서만 특별 대우를 받는 것이 아니다. 사우디산 석유의 안정적 수입에 대한 약속도 받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나아가 자국이 적극 추진 중인 '일대일로(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와 관련, 사우디의 전폭 지지 역시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석유 의존도가 절대적인 자국 경제를 친환경 및 미래산업 등과 접목시키고자 하는 빈 살만 왕세자의 열망과도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사우디로서도 손해볼 것이 없다.
미국 입장에서는 말할 것도 없이 중동의 맹주 사우디가 중국과 관계 증진에 나서는 광경을 목도하는 것이 마음이 편치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외교 당국이 시 주석의 사우디 방문을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으나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미국으로서는 대만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너무 공을 들이다 중동을 다소 소홀히 한 결과가 너무나도 뼈아프다고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