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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학부모들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정책, 당장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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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숙 기자

승인 : 2022. 08. 03. 14:42

유치원 학부모 긴급 간담회 마련
장상윤 교육차관 "확정된 안 아냐, 열린 자세로 가겠다"
대국민 수요조사, 9월부터 '공론화'시작
유치원 학부모들과 간담회 하는 장상윤 차관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치원 학부모 9명과 국가교육책임제 강화 관련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정책, 혼란에 대해 사과하라."

유치원 학부모들도 정부가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학제개편안에 반대하며 즉각 철회하고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교육부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치원 학부모 간담회를 긴급 마련했다. 학제개편안에 대한 비난 여론이 급등하자, 교육부가 학부모 간담회를 급하게 추진하며 여론 진화에 나서고 있다. 앞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전날 같은 장소에서 사교육없는세상,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전국학부모단체연합,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등 학부모단체 대표들을 만난 바 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이날 학제개편이 '확정'된 게 아니라며 공교육 강화를 위한 하나의 '제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학생 수와 학교시설 현황 등이 입학연령 조정을 감당할만한 수준이라고 판단해 논의를 꺼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간담회에 참석한 유치원 학부모들은 정부의 '만 5세 초교 입학' 방안이 유아 발달단계에 맞지 않고 돌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부담"이라며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학부모 박미정 씨는 "철저한 의견수렴이나 공론화 없이 발표한 것에 대해 절차적·형식적으로 누구 하나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아이들과 부모 모두에게 부담을 주면서까지 (정책을) 강행하지 말고 전면 재검토 해달라"고 말했다.

학부모 곽유리 씨는 "정부의 이런 무성의하고 경솔한 발상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화가 났다"며 "교육 주체인 교사와 학부모, 학생이 이렇게 한마음으로 반대한 정책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전제 자체가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5세 아이를 키우는 권영은 씨는 "오늘 출근을 미루고 여기 온 건 교육이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정책 때문"이라며 "졸속 행정을 철회하고, 혼란에 대해 사과하고, 공교육과 돌봄에 대해서 지금이라도 진지하게 익히고 고민해달라"고 강조했다.

초등학생 첫째와 유치원생 둘째, 2020년생 셋째를 키우고 있다는 한 학부모는 "출산율 통계를 보면 알겠지만 엄마들은 12개월 차이도 우려해 1∼2월에 (출산하도록) 계획 임신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차이를 15개월로 늘리면 교실에서 감당이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부모들은 공교육에 대한 실망을 드러내며 사교육 심화를 지적했다. 나아가 돌봄 공백 문제를 지적하며 학령 연령 인하가 아닌 유아교육을 강화하고 돌봄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첫째가 초등학생, 둘째가 2018년생이라는 학부모 김성실 씨는 "첫째는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한글을 배웠는데 안 배웠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생각했다"며 "7월에 문장 받아쓰기를 하던데 (미리 안 배웠다면) ㄱ, ㄴ부터 시작해 단어와 문장을 배우고 7월에 받아쓰기를 하는 것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연년생 자녀를 둔 학부모 B씨는 "지금도 학교 돌봄이 7시까지 가능하지만 늦게까지 남아있으면 선생님이 싫어하시고 (학교마다) 돌봄교육의 질도 차이가 있다"며 "애들이 3시 이후 학원으로 빠지게 되는 이유를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장 차관은 "확정된 방안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시나리오이므로 정책을 고쳐 가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으로, 열린 자세로 가겠다"고 거듭 밝혔다.

특히 장 차관은 유아교육을 의무화하자는 기존의 제안 등도 고려할만한 대안이라며 유아교육과 돌봄 시스템 등을 전반적으로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여건과 (아동) 발달 단계에 대한 연구결과 같은 것이 학령인구 급감과 맞물려 2025년 정도 되면 (입학연령을) 앞당겨도 무리가 없지 않겠느냐(라고 생각한 것)"이라며 "취학연령을 앞당기면 그 단계의 사교육이 감소하는 효도 있을 것"이라고 정책 추진 배경과 긍정적 효과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장 차관은 이날 KBS라디오에 나와 박 부총리가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면 정책은 폐기될 수 있다'고 한 발언에 대해 "폐기라고 보면 너무 앞서 나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장 차관은 "공론화를 시작하고 대안을 내놓으면서 본격적으로 논의하는데 결과를 정부가 '이건 무조건 해야 하겠다'라는 결론을 내려놓고 하는 게 아니다"라며 "논의 과정에서 여러 의견이 나올 텐데 설령 만에 하나 '하지 말자'라는 결론이 나오더라도 그게 국민의 뜻이라면 저희는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로 이해해달라"고 덧붙였다.

그는 "대국민 수요조사를 설계해서 9월 정도부터는 시작할 생각"이라며 "전문가 토론회나 국회 협의를 통해 구체화하고 곧 출범하는 국가교육위원회를 통해서 사회적 논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연말까지는 의견 조사와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내년 상반기까지는 결론이나 대안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박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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