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불장난하면 반드시 타 죽어"
바이든 "현 상태 일방적 변경 시도 반대"
미국의 대중관세 완화 논의 진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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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미국 부통령과 중국 국가 부주석 등의 입장에서 8차례나 만난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 관계는 국가의 이익 앞에서는 무의미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날 오전 8시 33분(미국 동부시간·한국시간 오후 9시 33분)부터 10시 50분까지 2시간 17분간 전화 통화를 했다. 지난 3월 18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를 놓고 화상 회담을 한 지 약 4개월 반 만의 대화였다.
이날 통화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검토를 놓고 중국이 거세게 반발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백악관은 보도자료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현 상태를 일방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나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려는 것에 강하게 반대한다"고 했다.
시 주석도 "우리는 대만 독립과 분열, 외부 세력의 간섭을 결연히 반대하며 어떤 형태의 대만 독립 세력에게든 어떤 형태의 공간도 남기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두 정상이 모두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처럼 보이지만 미국 측은 중국의 대만에 대한 침략을, 중국 측은 무기 판매 등 군사력 강화 허용과 반도체 등 국제 공급망 연대 편입 등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 관여에 각각 일침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시 주석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민심은 저버릴 수 없으며, 불장난하면 반드시 불에 타 죽는다"며 "미국 측이 이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두 정상은 지난해 11월 15일 첫 영상통화 때도 대만 문제를 놓고 격돌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중국을 함께 여행했고,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했고, 시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을 '라오펑유'라고 칭했지만 현안에 대해선 양보하지 않았다.
두 정상은 이날 통화에서 대만 문제뿐 아니라 신장웨이우얼(新疆維吾爾·신장위구르) 자치구 등 중국의 인권 상황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사태 등 현안 전반을 놓고 전반적으로 이견만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이날 통화에서 진전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미 고위 관리는 "관세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중국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우려를 제시했지만 잠재적인 조치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