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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따르면, 지난 11월 19일 오후, 구미에서 기차를 타고 수원 삼촌 집에 올라오던 한예지(구미 현일고 3학년)양은 신분증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다음날 오전 대입 논술시험이 있어서 하루 일찍 올라오는 길이었는데, 시험 볼 때 꼭 필요한 신분증을 집에 두고 온 것이다.
기차는 오후 6시가 넘어 수원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시험이 다음 날 이른 오전이라서 주민등록증을 재발급받을 시간이 없었다. 고민을 하다가 스마트폰으로 수원역에서 가장 가까운 동행정복지센터를 검색했다. ‘세류1동행정복지센터’가 나왔다.
곧바로 세류1동행정복지센터에 전화해서 신은주 행정민원팀장에게 사정을 이야기했고, 신 팀장은 민원을 담당하는 김태형 주무관에게 전달했다. 김태형 주무관은 한예지양에게 전화를 해 “기다리고 있겠다”고 답했다.
한예지양은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정신없이 세류1동행정복지센터로 향했다. 7시쯤 도착한 한양은 주민등록증을 재발급받고, 다음날 무사히 논술시험을 치렀다.
김태형 주무관은 “재발급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해 흔쾌히 ‘기다리겠다’고 했다”며 “한예지양이 무사히 시험을 치러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 달여가 지난 12월 24일, 중년의 남자가 커다란 종이상자와 귤 세 상자, 편지를 세류1동행정복지센터에 전달했다. 한예지양의 삼촌이었다. 무거운 종이상자에는 동전이 가득 들어있었다. 58만 6000원이었다.
편지에는 “퇴근 시간이 지났는데도, 기다려 주시고 신분증을 발급해 주셔서 조카가 무사히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며 “조금이나 보답하고 싶어 저금통을 털었다”고 적혀 있었다.
수원시에서 택시기사로 일하는 정인서(51, 호매실동)씨는 “세류1동행정복지센터 직원들이 너무 고마워서 성의 표시를 하고 싶었다”며 “5~6년 동안 꾸준히 모은 동전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돕는 데 사용해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예지 학생은 28일 전화 인터뷰에서 “삼촌이 말씀을 안 하셔서 기부하신 걸 모르고 있었다”며 “세류1동행정복지센터 직원분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삼촌에게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세류1동행정복지센터는 정인서씨의 기부금을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이동희 세류1동장은 “오랫동안 모은 동전을 기부해주신 한예지양 삼촌에게 감사드린다”며 “도움이 꼭 필요한 이들에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