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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혼란·탄소 중립화·관료주의, 제조업 중심 수출주도형 독일 경제에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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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1. 11. 09. 13:39

WSJ, 독일 경제, 유럽 성장엔진서 병자 전락 가능성
공급망 혼란·탄소 중립화 위한 천문학적 투자·고비용 관료주의, 경제성장 발목
"전체 독일 경제모델 위태"..."머지 않아 독일 다시 유럽 병자 될 수도"
Germany Politics
독일 경제가 유럽의 성장 엔진에서 또다시 병자(病者)로 전락할 수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 3일 독일 베를린 총리실에서 주례(週例) 각료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사진=AP=연합뉴스
독일 경제가 유럽의 성장 엔진에서 또다시 병자(病者)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왔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인한 전 세계 공급망 혼란과 탄소 중립화로의 전환이 제조업 중심의 수출 주도형인 독일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처리 속도가 느리고 고비용인 관료주의도 이를 부추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조업 중심으로 수출 주도형이라는 측면에서 한국과 비슷한 독일 경제에 대한 경고음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WSJ은 대외무역과 급속한 세계화 시대가 지정학적 긴장과 공급 병목현상 및 현지 제조 압력에 자리를 내줬고, 독일의 최대 고객인 중국 기업이 경쟁자로 변모하고 있으며 세계가 전기자동차로 이동함에 따라 독일 고급 자동차에 대한 수요는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독일 제조업체들이 부품과 노동력 부족으로 자동차와 공장 장비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하늘을 찌를 듯한 전기 요금을 더 높이는 에너지 가격의 급등에 직면해 있으며 새로운 클린 에너지 표준을 충족하기 위해 향후 몇년 동안 수천억 달러를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독일의 산업생산지수는 2015년 수준보다 약 9% 감소했는데 이는 유로존 전체가 2% 증가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제조업체가 독일과 밀접하게 연결된 이탈리아의 산업생산지수는 6년 동안 약 5% 증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올해 독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6%에서 3.1%로 하향 조정하면서 독일 경제가 내년 프랑스·영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되다가 2023년부터 뒤처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일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하락세를 보였다. 독일의 산업 생산과 수출은 2017년부터 정체되기 시작했고, 일자리와 생산의 해외 수요 의존도가 미국의 4배 수준인 약 30%인 독일 경제에 문제를 일으켰다고 WSJ은 설명했다.

독일의 경제성장률은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유럽 이웃 국가들에 비해 현저하기 뒤처지다가 사회민주당(SPD) 소속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가 시행한 노동시장 개혁 및 구조조정을 담은 하르츠(Hartz) 개혁안으로 대표되는 노동시장 개혁 및 구조조정, 사회보장제도 개혁 등으로 유럽의 성장 엔진으로 변신했다.

이에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16년 집권 기간 400만개에 육박하는 일자리가 늘어났다. 하지만 향후 10년 동안 독일의 노동력은 지난 16년 동안 증가한 만큼 줄어들 것이라고 WSJ은 전망했다.

2003년 하르츠 개혁안을 주도한 한스 아이켈 전 독일 재무장관은 “외부 환경이 20년 전보다 더 어려워졌다”며 “중국조차도 점점 더 내수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많은 독일 제조업체들은 독일 내 공장을 폐쇄하고 수요 시장인 미국·중국·인도 등에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현지 생산으로의 전환은 독일의 수출 감소와 일자리 감소를 의미한다.

독일 산업 생산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자동차이다. 독일 자동차 생산량은 2017년 이후 50% 이상, 매월 약 20만대로 떨어졌다. 이에 독일 자동차의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약 7%에서 5%로 하락했다. 80만개의 일자리와 총 경제 생산량의 5%를 차지하는 독일 자동차 산업의 침체는 경제에도 직격탄이다.

독일 기업의 긴축 운영과 정부의 공공 인프라 투자 부족도 경제 성장에 발목을 잡았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21세기 들어 독일의 순투자율은 매년 총 경제생산의 약 0.5%로 이탈리아 약 1%, 미국 1.5%에 크게 뒤졌다.

탄소 중립화 목표는 제조업 중심의 에너지 집약적인 독일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한다. 국책은행인 독일재건은행(KfW)이 10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독일이 녹색 에너지로 전환하는데 2045년까지 매년 평균 연간 경제 생산량의 5.2%인 5조유로를 투자해야 한다. 이는 1990년 이후 20년 동안 독일 통일에 사용된 약 2조유로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다.

독일 금융그룹 알리안츠 SE의 올리버 베테 최고경영자(CEO)는 “독일의 전체 경제 모델이 위태롭다”며 “에너지 전환을 잘못하면 우리 경제 핵심이 곤경에 봉착하고, 경제위기가 불가피해진다”고 말했다.

매년 악화되고 있는 관료주의도 경제 성장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정부 기관의 관료주의로 인한 기업의 피해가 총 연구·개발(R&D) 투자 금액의 약 50%인 연간 550억유로(약 75조원)에 달한다.

실제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는 2년 전부터 베를린 외곽에 약 60억달러를 들여 공장을 짓고 1만2000명을 고용하려고 했으나 승인을 받지 못해 7월부터 공장을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테슬라가 올해 초 가동을 시작한 중국 상하이(上海) 공장 건설과 승인이 채 1년도 걸리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다.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 엘링크링거의 스테판 볼프 CEO은 “우리는 매우 높은 비용과 에너지 비용을 가지고 있으며 지난 5년 동안 관료주의가 엄청나게 증가한 것을 봤다”며 “독일이 머지않아 다시 유럽의 병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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