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인도바로미터가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 84.1%가 마약 관련 범죄자 사형에 동의했다. 2017년 일간 꼼빠스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는 응답자 89.3%가 테러 연루 범죄자 사형에 지지를 표했다. 이는 민주주의(76.2%, 2021년 인도네시아 정치지표 조사), 백신(64.8%, 2020년 11월 WHO 조사), 코로나19 팬데믹이 실제상황인가(79%, 2020년, 인도네시아 국립대학교 조사)에 대한 선호도나 찬성 의견보다 높은 수치다.
전세계적으로는 사형실행 건수가 줄어들고 있다. 국제사면위원회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대비 2020년엔 사형선고와 사형집행이 각각 36%와 26% 감소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법정에서는 2020년 한 해 동안 117건의 사형선고를 나왔는데 2019년 대비 46% 늘어난 수치다.
사형선고뿐 아니라 실제로 사형을 집행하라는 요구도 늘어나고 있다. 작년 코로나19 보조금을 횔령한 혐의로 체포된 율리아리 바투바라 당시 사회부 장관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사형을 요구했다. 이토록 인도네시이 국민들이 사형제도에 적극적으로 찬동하는 것은 그만큼 인도네시아 형사사법체계에 정의가 결핍되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세계 정의 프로젝트(World Justice Project)는 2020년 법률지표를 0부터 1까지 점수 매겼는데 인도네시아의 형사적 정의로움 지표는 0.39로 나타났다. 이는 지역평균(0.54)보다 낮고 세계평균(0.47)보다 낮아 조사 대상 128개국 중 79위를 차지했다. 128개국에서 13만 가구와 변호사 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해 취합한 이 지표는 인도네시아의 형사범 수사 체계가 비효율적이고(0.35), 범죄자 교정시스템이 범죄 재발방지에 비효과적이며(0,29), 형사 시스템이 공정하지 못하다(0.28)는 것을 보여주었다.
4월 21일자 자카르타포스트는 범죄행위가 반드시 처벌된다는 확실성이 부족한 인도네시아의 형사정의체계에서 처벌의 강도가 아무리 강하다 한들 효과적으로 범죄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을 던졌다. 경찰들이 자주 마약거래에 연루되는 마당에 마약 운반범들을 최고형으로 다스린다고 마약범죄가 근절될까? 반부패 수사기관이 거세당하고 수사요원들이 수시로 공격 당하게 방치하는 사법시스템이 과연 부패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피해자들이 사법집행기관을 신뢰하지 못해 대부분의 성폭행범들을 고발조차 하지 못하는데 과연 성폭행범죄가 억제될 가능성이 있을까?
자카르타포스트는 권력자들을 비판하는 이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간단히 잡아넣으면서도 정권이 자행한 중대한 불법에 대해선 수사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사법체제엔 사형제도가 아니라 개혁이 필요하다고 결론짓는다.
하지만 사형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큰 인도네시아가 이를 폐기한 다른 108개 국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은 아직 요원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