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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윤창호법’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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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기자

승인 : 2020. 09. 15. 14:32

이주형
이주형 사회부 사건팀 기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급격한 재확산으로 회식 등 술자리가 줄어 들었음에도 끔찍한 음주운전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엄마를 기다리던 6세 아동’과 ‘치킨 배달을 나선 50대 가장’ 등 우리의 무고한 이웃들이 참변을 당하자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다.

가해자들은 모두 구속됐지만, 이 중 50대 가장을 치어 숨지게 한 A씨(33·여)는 14일 ‘롱패딩’으로 온몸을 꽁꽁 싸맨 채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뻔뻔하고 파렴치한 모습을 보였다.

자켓의 큰 모자로 얼굴을 가린 A씨의 모습은 ‘머리카락 커튼’으로 얼굴을 가렸던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의 피의자 고유정을 연상케 했다.

A씨는 유족 측의 ‘엄벌 촉구 청원’이 57만 이상의 동의를 얻으며 비판 여론이 일자, 모습을 드러내는 데 부담을 느끼고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고유정과 달리 A씨는 ‘신상 공개 대상’은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살인 등 특정강력범죄사건 피의자가 잔인한 수법으로 범행을 저지르거나 중대한 피해를 발생시킨 경우, 범행 증거가 충분하고 국민의 알 권리가 충분히 인정돼야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다.

음주운전 사망사고 가해자의 신상이 공개되지 않는 이유는 ‘살인’이 아닌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위험운전치사 혐의, 이른바 ‘윤창호법’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윤창호법의 목적은 음주운전 사망 사고 가해자의 처벌 수위를 강화해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경찰청 조사 결과 지난 1~6월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1%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법 취지가 무색할 만큼 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단순한 처벌 강화 외에도 다양한 예방책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국회의원은 사망 사고를 낸 상습 음주 운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일각에서는 음주운전자의 차량 번호판 색깔을 차별화해 음주운전 경력을 알리는 정책 등 해외 사례도 제시하고 있다.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는 음주운전은 반드시 근절돼야 할 범죄다. 윤창호법의 한계가 드러난 지금, A씨가 보인 엽기적 행태는 음주운전을 예방하기 위한 새로운 방안의 힌트가 될 수 있다.
이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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