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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소가 삼성에 더 큰 불안감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지난 2017년 3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됐을 때의 기시감 때문이다. 당시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사업구조 재편, 대규모 시설투자 등이 거의 정지되는 등 총수 없는 기업 경영이 얼마나 힘겨운지 삼성은 뼈저리게 겪었다.
특히 삼성전자가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목표를 세우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이 시점에 총수가 다시 재판에 휘말리게 된 상황은 삼성뿐 아니라 한국 반도체 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반도체 산업은 우리나라 수출에서 17% 이상을 차지할 만큼 절대적이다. 삼성이 최근 전폭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지난 2017년 609억 달러 규모에서 내년 810억 달러로 30% 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이 지난 2018년 올해까지 180조원을 투자하고 4만명을 고용하겠다는 굵직한 계획을 직접 밝힌 것도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과 더 큰 성장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비전과 맞닿아 있다.
파운드리 세계 1위 업체인 대만 TSMC가 최근 첨단 반도체 개발, 양산에 발빠르게 대응하며 추격하는 삼성을 멀찌감치 따돌리려 하고 있다는 점도 삼성에는 큰 부담이다. 그 어느 때보다 총수의 통 큰 결단력과 베팅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 부회장의 기소는 깊은 탄식을 부른다는 전언이다. 재계 역시 이 부회장이 다시 재판을 받게 된 만큼 향후 몇 년간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의 기소가 한국 반도체의 진격에 큰 걸림돌이 될지 여부는 훗날 뚜렷하게 드러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 삼성전자의 반도체, 나아가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이 부회장의 기소로 고비를 맞았다는 우려는 과장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