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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부정 합병 의혹’ 이재용 영장 기각…“구속 필요성 소명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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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구 기자

승인 : 2020. 06. 09. 02:13

이재용 영장실질심사 종료<YONHAP NO-5751>
불법 경영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연합
경영권 승계에 유리하도록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불법 개입한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1)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외부 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9일 새벽 “불구속 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서 소명이 부족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회장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최지성 옛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부회장)과 김종중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원 부장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라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검찰은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 부회장 등 3명에 대한 구속영장청구서를 각각 150쪽가량 작성하고 20만 쪽, 400권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수사기록을 제출했지만, 결국 신병 확보에는 실패했다.

검찰이 이 부회장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함에 따라 사실상 1년6개월여에 걸친 삼성그룹의 부정 합병 의혹 수사는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검찰이 장기간에 걸쳐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음에도 수사 과정에서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면서, 과잉수사를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기소 타당성을 검찰이 아닌 외부위원이 심사해 달라’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한 상태여서, 검찰 입장에서는 구속영장 재청구라는 초강수를 두기에도 어려운 상황에 빠져버렸다.

부장검사 출신 A변호사는 “특수수사는 부패가 발생한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수술식으로 해야 한다는 격언이 있다”며 “한 기업을 2년 가까이 수사하게 되면, 그 기업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 삼성 같은 대기업이어서 그나마 버틸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2년4개월 만에 또다시 영어(令圄)의 몸이 될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한숨 돌린 모양새다.

검찰 ‘특수통’ 출신 전관 변호사들을 앞세우고, 대법관 ‘0순위’로 꼽히기도 했던 한승 전 전주지방법원장(57·사법연수원 17기)까지 추가 선임해 구속심사에 나선 이 부회장 측은 구속영장 기각을 발판 삼아 향후 검찰과의 법정 싸움에서 우위에 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 측은 오는 11일 열리는 ‘부의심의위원회’ 결과 등을 지켜본 뒤, 향후 재판 대응 방안을 수립할 것으로 보인다.
김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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