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금융규제 유연화 방안을 발표하자 한 시중은행 관계자가 내놓은 반응이다.
정부는 은행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과 예대율 규제 적용을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등 유동성과 건전성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전(全) 금융권에서 최대 400조원, 은행에서만 최대 259조원의 자금공급 여력이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은행은 이번 정부 조치를 더 많은 돈을 기업과 자영업자들에게 풀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은행권은 선제적으로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들의 ‘산소호흡기’ 역할을 해왔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 2월 7일부터 자금 공급에 나서 이달 9일까지 두 달 동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약 21조원 규모의 신규대출과 만기연장·금리 감면 등의 금융지원을 진행했다.
문제는 코로나19 여파가 언제 종식될지 알 수 없는 데다, 생명만 연장하고 있는 한계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는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는 기업들도 실물경기 침체가 계속되면 줄도산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은행들도 위기에 놓일 수 있다. 제로금리로 이미 수익성은 뒷걸음질치고 있는 상황인데, 기업 리스크가 은행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재에 대한 우려 없이 피해기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면책제도를 명확히 한다는 방침이지만, 은행 입장에선 제재를 피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당장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염려하고 있다.
1분기는 코로나19 여파가 크게 반영되지 않아 은행들도 나쁘지 않은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분기, 3분기부터는 은행들도 역성장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 완화로 당장 한숨을 돌릴 수 있지만, 한시적 유예인 만큼 추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이번 규제 완화 자체가 은행들이 더 많은 자금을 공급하라는 뜻이기 때문에 부담이 더욱 커진 셈”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가계도 기업도 은행도 모두 힘든 상황이다. 경제주체들이 모두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보다 현명한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 한 곳의 희생만 강요해선 되레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