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결과 사실무근…확인없이 퍼지는 가짜뉴스에 불안감 가중돼
보건당국 "접촉자 200여명 격리, 신속 대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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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베트남뉴스·베트남 보건부에 따르면 전날 밤 26세 베트남 여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해당 확진자는 지난달께 중순 베트남에서 영국 런던으로 이동, 이탈리아 밀라노와 프랑스 파리 등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환자는 지난달 29일께부터 기침 증상을 보였고 지난 1일 피곤함을 느꼈으나 발열 증상이 없어 2일 영국 런던에서 하노이로 무사히 입국했다. 3일께부터 발열·기침·피곤함을 느껴 5일 병원을 방문한 환자는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여 하노이 중앙 열대 병원으로 이송돼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수도 하노이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지난 6일 밤부터 하노이시는 ‘비상’이 걸렸다. 부득담 베트남 부총리를 비롯해 정부와 하노이시가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해당 확진자의 거주지 인근을 봉쇄 조치했다. 확진자가 런던에서 하노이로 들어오며 이용한 VN0054 항공편을 이용한 승객과 승무원들의 신변 확보에 나선 것은 물론 역학조사팀을 꾸려 이들의 동선과 밀접접촉자 확인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확진자의 신상정보와 함께, 확진자를 둘러싼 가짜뉴스가 퍼지기도 했다. 하노이에 거주 중인 한국 교민들의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도 심심찮게 목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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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시민들과 한국 교민들까지 가장 큰 불안에 시달리게 한 가짜뉴스는 확진자가 유니클로 하노이 매장 오픈 행사에 참석했다는 가짜뉴스였다. 해당 행사의 “사진 속 한 베트남 여성이 이번 확진자” 라는 가짜뉴스가 베트남 페이스북은 물론 한국 교민들의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까지 돌았다. 유니클로의 하노이 첫 매장 오픈은 큰 화제를 모아 한국 교민들도 대거 방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시아투데이 취재 결과 확진자는 지난 5일 오후 5시에 하노이 중앙 열대 병원으로 입원했다. 유니클로 하노이 매장은 6일에 오픈했으며 행사 역시 같은 날 오후 6시에 열렸다. 물리적으로도 참석이 불가능했을 뿐더러, 사진 속 여성도 확진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 응우옌 득 쭝 하노이시 인민위원장(시장)도 6~7일 기자들과 만나 “확진자는 유니클로 하노이매장 오픈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 “확진자가 검역을 피하기 위해 고의로 거짓말을 했다”…당국 “고의로 은폐 정황 없어”
또 다른 화제는 확진자가 검역 등의 제한 조치를 피하기 위해 고의로 여행 경로를 은폐하거나, 다른 국가를 경유했다는 뉴스였다. SNS 등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이탈리아로 직접 갈 수 없으니 런던으로 가는 척하며 이탈리아를 방문했다”는 가짜뉴스와 함께 확진자에 대한 비난도 이어졌다.
그러나 베트남 당국은 초기부터 해당 확진자의 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 여행 기록을 확보했다. 베트남 항공업계 관계자도 아시아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베트남에서 이탈리아로 운항하는 직항노선이 없어 어디든 경유해야 한다”며 “무엇보다도 해당 환자가 이탈리아를 방문했던 지난달 중순에는 양국 간의 아무런 입국 제한 조치도 없었던 시점”이라 말했다.
베트남 보건당국 관계자 역시 “환자가 고의적으로 여행 기록을 숨기거나 은폐하려 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재차 확인했다. 확진자가 이탈리아 밀라노 여행을 마치고 떠난 지난달 20일,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는 3명에 불과했다. 양국 간 어떠한 입국 제한 조치도 없었다.
※ 기사가 보도된 7일 당시 보건당국 관계자는 여행 기록을 숨기거나 은폐하려 했다는 증거가 없었다고 확인했으나, 9일 콩 민 뚜언 베트남 하노이시 질병통제센터 부센터장은 현지 온라인 매체 ‘징’(Zing)과의 인터뷰를 통해 “17번 확진자가 지난 2일 새벽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 도착한 뒤 검역 신고를 불성실하게 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추가 조사결과 17번 확진자의 여권에는 이탈리아를 방문한 기록이 없고, 영국에서 왔다는 17번 확진자의 말에 따라 추가적인 검역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 “하노이로 돌아온 후 하노이 주변 클럽과 술집 등을 방문했다” 가짜뉴스 돌기도
확진자가 하노이로 돌아온 후 주변 클럽과 술집, 골프장 등을 방문했다는 가짜뉴스도 빠르게 퍼졌다. 그러나 보건 당국 관계자는 “현재까지 확인 바에 따르면, 해당 확진자는 2일 하노이 도착 후 공항에서 집으로 이동하는 동안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2일 집으로 돌아온 후 5일 오후 홍응옥 병원을 거쳐 중앙 열대병원으로 이송되기 전까지 몸이 아파 집 안에 머물렀으며 집안사람 외의 접촉도 자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확진자가 골프장을 방문했다는 소식에도 보건 당국 관계자는 “가짜뉴스”라고 일축했다.
◇ “하노이 시내 아파트 단지도 방문했다”…해당 아파트 ‘멀쩡’
확진자가 술집·클럽 등을 방문했다는 가짜뉴스와 함께 시내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도 방문했다는 소문도 퍼졌다. 이 소식은 곧바로 “확진자가 방문한 것이 아니라 확진자와 접촉한 의사가 거주하고 있는 곳”이라며 부분 정정되긴 했으나 7일까지도 “의사가 거주하는 동이 봉쇄조치 됐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아파트 관계자는 아시아투데이에 “해당 동이 봉쇄됐다는 것은 사실 무근”이라며 “환자와 접촉했던 홍응옥 병원 의사는 따로 격리됐으며, 부인은 자가격리 중이다. 아파트 전체가 봉쇄되거나 전원 격리조치 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7일 정오를 기준으로 하노이시 보건부는 현재 확진자와 밀접 접촉하거나 2차로 접촉한 200여 명의 신원을 확보해 격리 조치 했다. 현재 하노이에서는 시내 각 지역에서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들이 격리되고, 확진자 및 접촉자들이 거주·이동한 지역의 방역 작업이 이루어지는 등 당국의 적극적인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하노이시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가짜뉴스는 혼란을 야기할 뿐더러 시민들과 일부 업장에 막대한 피해를 미치기도 한다”며 “과도한 불안감과 혼란을 야기하는 가짜뉴스는 처벌 대상임을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가짜뉴스로 피해를 본 일부 업장들도 “불안감은 이해하지만 황당하다”며 “사태가 계속될 경우 법적 대응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