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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민주당이 남긴 ‘나쁜 선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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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기자

승인 : 2020. 02. 18. 06:00

이주형
이주형 사회부 기자
“그런 건 사실이라도 쓰면 고발당해. 그럼 너도 회사도 피곤해지는 거야.”

수습 시절 “기자가 됐으니 어떤 기사를 쓰고 싶냐?”는 한 선배의 질문에 학생 때부터 생각해왔던 것들을 열거했다가 들은 말이다. 이 가르침의 배경에는 몇 년 전 ‘그런 것’을 쓴 기자가 회사와 함께 고발당했던 ‘선례’가 있었다.

그 후부터 ‘기삿거리’를 고민할 때, ‘고발당하지 않을 소재인지’를 우선 고려하게 됐다. ‘조심성’을 길러주고자 했던 선배의 가르침은 결과적으로 나에게 ‘위축성’을 준 것 같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을 쓴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와 이를 게재한 경향신문을 고발했다가 비난 여론에 밀려 취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번 민주당의 처사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쓴소리를 위축시킨 선례로 남게 됐다. 자신들의 잘못된 점을 지적했다는 이유로 실정법 위반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고발장부터 낸 것이나, 나빠지는 여론에 마지못해 고발을 취소하면서 임 교수의 특정 정치성향을 언급한 것이나 공당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본을 벗어난 행태였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민주당의 지도부가 자신들을 비난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평소 그렇게 소중하게 여겨온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조차도 뒷전으로 여기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비난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만 봐도 얼마나 우매한 짓을 벌였던 건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고발을 취소하는 과정에서 진정으로 뉘우치고 사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단지 다가올 총선에 끼칠 악영향은 일단 막고 보자는 것처럼 느껴졌다.

두 달여 남은 총선이 정말 ‘민주당만 빼고’가 되기 전에, 민주당은 뭐가 잘못됐던 건지 되짚어 보고 진정성 있게 고개를 숙여야 한다.
이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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