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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위기 속 삼성전자, 불패 기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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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중 기자

승인 : 2020. 01. 15. 06:00

강점은 사라지고 미국과 중국 사이 '샌드위치'
삼성전자의 현금 100조원 쌈짓돈 아니다
황의중 기자의 눈
‘차세대 반도체 최초 개발’ ‘영업이익 사상 최대’, 삼성전자하면 쉽게 떠올리는 수식들이다.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이런 것들은 삼성전자가 인고의 세월을 겪은 2000년대 이후에 얻은 성과다. 미국·일본 전자업체들의 부침을 살펴보고 있으면 단단해 보이는 삼성전자의 지위도 한순간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승자독식에다 업황 변화가 빠른 이 업계에서 기술력을 자랑하던 일본 도시바가 삼성전자에게 자리를 내준 것처럼 삼성전자도 그리되지 말란 법은 없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현재 상태를 첨단기술로 찍어내리는 미국과 대규모 투자를 하는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로 표현한다. 이런 상황에서 장점이었던 오너 중심의 신속한 의사결정은 개혁 요구 앞에 힘을 잃었고 노조와 준법감시위원회 등 경영에 간섭하는 입김은 더 강해졌다. 리스크는 커진 사이에 강점은 사라진 셈이다.

약 25년 전인 1994년 삼성의 최연소 부사장이었던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임원 회의 때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삼성 반도체가 망하는 시나리오 발표했다. 그때 나온 2가지 시나리오는 ‘인텔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 재진입’과 ‘일본의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 중단’이었다. 소름 끼치게도 이 시나리오는 실현됐다.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에 이어 인텔마저 메모리 사업에 재진입했다. 특히 반도체 절대 강자인 인텔의 등판은 치킨게임이 시장에서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처럼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시험 받고 있는 데도 우리 사회만 모르는 듯하다. 연 매출 200조원 이상을 버는 기업임에도 시가총액에선 애플과는 비교조차 안 되고 TSMC와 비슷한 300조원대 수준인 게 냉정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평가다. 그럼에도 정계와 진보지식인들은 삼성전자가 불패의 함대이며 뭐든지 해줄 수 있는 화수분으로 아는 듯하다. 그들은 삼성전자의 현금 100조원을 공공 쌈짓돈 정도로 여기나 그 돈은 미래 경쟁력을 위한 최후의 보루다. 격변하는 산업 생태계에서 무적은 없다. 삼성전자도 미래를 걱정하는 기업 중 하나일 뿐이란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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