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의 모친상 소식을 접한 대한민국의 마음은 아마도 이럴 것이다. 극심하게 대립하던 정치권도 한목소리로 애도의 메시지를 냈다. 한국사회에서 차지하는 애사(哀事)의 힘을 새삼 느낀다.
어머니를 떠나보낸 사람들의 마음엔 보통 아쉬움과 아련함이 남기 마련이다. 대통령이라고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머니의 소천 소식을 전하며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처럼 고생도 하셨지만 ‘그래도 행복했다’는 말을 남기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41년전 아버지가 먼저 세상을 떠나신 후 오랜 세월 신앙 속에서 자식들만 바라보며 사셨는데, 제가 때때로 기쁨과 영광을 드렸을진 몰라도 불효가 훨씬 많았다”며 “특히 제가 정치의 길로 들어선 후로는 평온하지 않은 정치의 한복판에 제가 서있는 것을 보면서 마지막까지 가슴을 졸이셨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또 문 대통령은 “마지막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주 찾아뵙지도 못했다”며 “이제 당신이 믿으신 대로 하늘나라에서 아버지를 다시 만나 영원한 안식과 행복을 누리시길 기도할 뿐”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어머니께선 평생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그리워하셨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말 대로 고인에게 고향 흥남은 결국 돌아갈 수 없는 곳이 되고 말았다.
고인뿐만 아니라 많은 실향민들이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그리며 세상을 등지고 있다. 따라서 문 대통령에게는 한반도 평화라는 힘든 과제를 풀어야 할 이유가 하나 더해졌다. 고향을 그리워하며 돌아가신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아직 돌아갈 고향을 그리며 살아가고 있는 실향민들을 위해서라도, 문 대통령은 반드시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 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