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차대전 희생자에 대한 독일의 ‘무한대’ 사죄는 약 50년이 흐름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독일인은 2차 대전과 홀로코스트(대학살) 등 나치 범죄에 ‘영원한 책임’이 있다”며 참회했다. 홀로코스트 등 과거사를 조목조목 들춰내며 흘러가는 시간 속에 역사의 잘못을 묻어두지 않는다. 이런 독일 사회의 진심 어린 반성은 주변국과 신뢰를 쌓는 밑거름이 돼 독일을 유로존의 맹주로 우뚝 서게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4일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가진 소신표명 연설 막바지에 “100년 전 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국제연맹에서 일본은 미래를 향한 새로운 원칙으로 인종 평등을 치켜들었다”고 주장했다.
일본을 ‘식민주의에 맞선 인종 평등 주창국’으로 표현한 아베의 발언은 주변국을 아연실색케 했다. 일본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등을 거쳐 1910년 대한제국을 병합했고 대만과 남양제도를 통치했으며 중국 동북부에 진출하는 등 식민지 지배에 열을 올렸던 당사자여서다.
과거사 반성은커녕 정치 지도자들이 앞장 서 역사를 왜곡하고 황당 주장을 펴는 아베 내각은 똑같은 2차 세계대전 전범국이면서 경제대국을 이룬 독일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세계적 경제학자인 모리시마 미치오 런던정경대학 명예교수는 1999년 그의 저서 ‘왜 일본은 몰락하는가?’에서 일본은 한국 등 동북아 국가들과 탄탄한 협력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를 만들어야 번영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최근 개각을 통해 더욱 ‘우향우’를 하며 신뢰는커녕 주변국들과 갈등만 고조시키는 등 거꾸로 가는 아베 내각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릎 꿇은 것은 한 사람이었지만 일어선 것은 독일 전체”라는 높은 평가를 이끌어낸 과거 브란트 총리의 용기 있는 행동이야말로 얼어붙은 주변국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는 첫 걸음임을 일본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