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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차장의 방미는 미국의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 냈다는 측면에서 성과가 적지 않았다. 김 차장은 귀국길에 “당초 생각했던 목표를 충분히 이뤘다고 생각하고 개인적으로 결과에 만족한다”고 자평했다.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전 세계의 여론을 주도하는 미국이 우리 입장에 공감을 했다는 건 분명한 성과다.
동아시아 전략에서 한·미·일 협력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미국도 한·일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기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어떤식으로든 한·일 간 사태 중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의 입장은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관여하겠다는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을 방문하고 온 한 외교당국자는 미국이 현재 자신들에게 합당한 역할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한·일 갈등에 미국이 개입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한국이 먼저 미국을 찾아가 이야기를 꺼냈다는 점에서 미국이 반대급부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우선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호르무즈해협에 한국군의 파병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대해 김 차장은 “미국의 요청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김 차장이 미측에 호르무즈해협 문제를 먼저 꺼낸 건 어느 정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호르무즈해협의 해상교통로 확보는 한국의 입장에서도 필요한 부분이어서 미국의 공식제안이 온다면 거부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를 고려해 유엔군사령부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주목한다. 미국은 최근 독일의 유엔사 연락장교 파견을 추진했다. 물론 실현되진 않았지만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또 다른 의혹을 낳는다. 일본의 유엔사 전력제공국 추진이다. 미국이 이번 사태 중재의 반대급부로 이를 수용할 것을 요구할 경우 한국정부로서는 난감한 상황을 맞을 수 밖에 없다. 이럴 경우 위안부나 강제징용 문제을 넘어 한·일 관계 전반에 새 국면이 펼쳐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