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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비핵화’가 열어젖힐 새로운 남북경협시대에서 우리 경제는 성장을 위한 새로운 동력을 얻고, 식어가는 내수경기는 살아날 것이며, 일자리도 늘어나는 선순환 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잖다. 더 나아가 남북 경제가 ‘공동 번영’의 토대 위에 하나로 엮이고, 북방대륙경제권 진출과 동북아경제공동체 형성도 가능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까지 나온다.
다만 우리를 둘러싼 현실은 녹록지않다. 지난 9월 남북이 철도 연결을 위한 북한 내 현지조사 착수에 합의하고서도 유엔사령부의 반대로 무산되지 않았던가.
우리 바람대로 남북경협이 본격화 수순을 밟는다면 대북 사업은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추진해야 할까.
개성공단과 금강산을 비롯한 북한 내 경제특구 개발이 향후 경협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즉, ‘서해경제공동특구’와 ‘동해관광공동특구’ 개발이 경협을 쌍끌이 할 것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신경제구상’을 통해 밝힌 내용이다. 문 대통령은 이런 뜻을 이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달했을 것이다.
서해경제공동특구 구상은 △해주 지역과 주변 해역을 포괄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공동어로구역 및 평화수역 설정 △경제특구건설과 해주항 활용 △민간선박의 해주직항로 통과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이 골자다. 경제특구는 개성공단 재가동을 시작으로, 2단계 개발을 통해 한강 하구와 북한 연안의 항만·어로 사업 등으로 범위를 넓혀나가는 수순이 예상된다.
동해관광공동특구 개발은 금강산으로의 육로 및 수로 관광을 재개한 뒤 이를 다시 설악권과 연결하고, 주변 비무장지대와 연계한 생태·안보 관광사업으로 확장해 나가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경협은 인력난에 시달리는 우리 중소기업들에게도 활로를 열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대북경협이 본격화 하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가 우선 추진될 것인 바, 국내 제조업, 관광업 분야 중소기업의 진출이 예상된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지난달 한 남북경협 토론회에 참석해 “한반도 비핵화가 진전되고 제재 완화 등 여건이 조성된다면 남북경협은 환서해벨트의 개성공단과 환동해벨트의 금강산관광이 우선 추진될 것”이라며 “제조업, 관광업 분야 우리 중소기업의 진출이 예상된다”고 했다. 임 교수는 이에 따라 “도로·철도·산림 사업 등 초기 협력사업 참여를 모색해야 한다”며 “인프라 건설 분야 중소기업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북경협이 여세를 몰아 남북 접경지역 내 ‘통일경제특구’ 개발로 이어진다면 국내 중소기업들의 역할은 더 커질 것이다. 북한 주민들의 생활수준 향상과 소비 수요 증대에 발맞춰 북한 시장 진출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벌써부터 나온다.
우리 중소기업들도 남북경협에 적극적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달 중소기업협동조합 214곳을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56.5%)이 “남북경협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경협 방식으로는 △개성공단 식 북한 내 근로자 활용(39.3%) △북한 인력을 활용한 위탁가공무역 협력(28%) △제3국에서 북한 인력활용(6.1%)의 순이었다.
대북경협 방식과 관련해서도 대기업과 동반 진출, 협동조합 모델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대기업과의 동반 진출은 종전선언 등을 통해 대북제재 수위가 낮아짐에 따라 대기업의 진출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북한 내 경제특구 개발 등 사업은 자금력이 달리는 중소기업들에게 리스크가 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기업협동조합 방식의 경협모델이 적합할 것이라는 제안도 나온다. 조봉현 대통령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은 협동조합 방식에 대해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고 리스크 분산 효과가 뛰어나므로 유동성 및 자원 부족 등 중소기업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유용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 기업들의 대북 진출을 위해서는 개성공단처럼 전기·도로·용수 등 인프라 구축 지원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북한 주민들의 빠른 기술 습득을 돕는 기술센터 확충의 필요성도 거론된다. 개성공단 생산품의 남한 및 북한 내수시장 공급 등 방안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