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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 바트 시리얼 공동 창업자 겸 대표는 25일 서울 강남 역삼동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은행 대출에 어려움을 겪지 않게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암호화폐를 담보 자산으로 인정하도록 대출 상품을 다양화해 제도권 은행의 대출 장벽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시리얼은 암호화폐나 암호화폐 채굴(마이닝) 장비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대출 플랫폼이다. 암호화폐 보유자가 인건비 또는 운영비를 충당해야 할 경우 암호화폐를 직접 주거나 암호화폐 담보 대출을 통해 법정 통화를 지급할 수 있다. 바트 대표가 러시아에서 온라인 대출 관련 서비스업에 일하면서 블록체인과 대출을 접목하자는 아이디어를 받은 것이 시리얼 창업 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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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C 프로세스는 ICO 참여 희망자의 국적이나 투자 목적 등을 확인해야 할 의무를 ICO 업체에 부여한 제도다. 자금 세탁 등 불법 행위에 이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중국과 미국은 암호화폐 거래 관련 라이센스가 없는 일반인은 참여할 수 없다. 다만, 미국은 유틸리티 토큰에 투자할 수 있는 펀드사가 법에 의해 일부 지정돼 있다. 한국은 ICO 금지 국가다.
그는 “많은 사람이 암호화폐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는데 시리얼이 자산 팔지 않고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어 수요나 활용도 측면에서 좋을 것”이라며 “블록체인 신기술로 유동성과 환금성을 갖춘 암호화폐 담보 대출 시장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엿봤다”고 강조했다.
시리얼이 암호화폐와 채굴 장비 두 가지 방식의 담보로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는 암호화폐의 가치 변동성 때문이다. 암호화폐는 하루 10~20%까지 등락을 거듭해 가격 변동성이 없는 채굴 장비를 담보로 할 수 있게 했다. 담보 대출 상환에 실패할 때는 채무자 기기에서 채굴되는 암호화폐를 대출 상환금으로 받아낸다. 채굴 장비 담보 대출 기간은 1년이다. 미국 채굴 장비업체 기가와트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암호화폐 담보 대출은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가치 변동성을 최소화한다. 대출 금액은 암호화폐 자산 가치의 절반 수준으로 제공한다. 예컨대 암호화폐 자산이 200달러라면 대출 한도는 100달러가 된다. 대출 기간은 단기간으로 하되 개인마다 최소 1개월부터 최대 2년까지 다르게 적용한다. 암호화폐 자산 가치 하락 시에는 담보를 증액해야 한다. 암호화폐 가치를 매일 재평가해 가치가 떨어졌을 때 24시간 내 담보를 추가하거나 일부 상환하지 않으면 시리얼이 시장에 담보를 판매하고 차액 돌려준다. 암호화폐와 채굴 장비 담보 대출에 적용되는 이자율은 최소 12%다. 대출 기간과 담보물 가치 등 다양한 변수에 의해 일부 조정된다.
바트 대표는 한글 명함을 만들 정도로 한국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 대출과 암호화폐 관련 법률과 시장 상황을 일주일에 한 번 검토하고 있다. 그는 “한국은 중국·일본·싱가포르와 함께 암호화폐 보유자와 채굴자 비중이 커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에서 연쇄 부도 사태 일으킨 P2P(개인 간 거래) 대출 업계와는 성격이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바트 대표는 “시리얼은 P2P 방식이 아니다. 암호화폐 담보 대출 자본금은 은행 등 기관투자자로부터 조달한다. P2P는 기관 대 개인 간 거래로 변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에서 이미 P2P 업체 크리데오를 창업해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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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얼은 올해 3분기 채굴 장비를 담보로 하는 대출 시범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4분기에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담보 대출 시범 서비스를 출시한다. 내년 1분기에는 기업 고객 대상 신용 대출을 발표하고, 2분기에는 신용카드를 출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