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깊이보기] 북미대화 가능성 열렸다…정부 ‘비핵화’ 중재역할 주목

문재인 대통령 "미국은 대화문턱 낮추고 북한은 비핵화 의지 보여야"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25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이방카 트럼프 보좌관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평창올림픽에서 형성된 평화분위기를 계기로 북한이 미국과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전향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그동안 난제로 여겨졌던 북·미 대화가 마침내 가시권에 들어오게 됐다.

북·미 대화 가능성뿐만 아니라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연락채널조차 없던 남북관계는 지금 정상회담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는 수준에 왔다. 평창 모멘텀을 한반도 평화의 기회로 삼겠다는 우리 정부의 구상은 상당 부분 현실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어렵게 지핀 남북관계 회복 분위기를 이어나가면서도 북·미 대화를 중재해야 하고 비핵화 문제에 대한 북한의 입장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정부는 평창 이후 한반도 안보정세의 ‘운전대’를 고쳐 잡고 적극적인 상황관리에 나설 전망이다.

정부는 26일 북·미 간에 건설적인 대화가 개시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앞으로도 적극적인 중재를 통해 북·미 대화 가능성을 키워나가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평창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한 류옌둥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접견한 자리에서 “미국은 대화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고 북한도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그래서 미국과 북한이 빨리 마주 앉는 게 중요하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또 문 대통령은 “최근 북한이 북·미 대화에 적극 나설 의향을 보이고 있고 미국도 대화의 필요성을 얘기하고 있다”며 “북·미 대화가 조기에 이뤄질 수 있도록 중국의 지속적인 협력을 부탁한다”며 중국 역할론을 요청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북한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25일 문 대통령을 만나 ‘북·미 대화에 충분히 용의가 있다’고 언급한데 대해 “적절한 기회를 통해 북측과 미국이 건설적인 대화가 개시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김영철 부위원장을 만나 평창올림픽 이후에도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남북관계 발전이 진전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 북·미 대화 추진 방안 등도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와 함께 북·미 간 탐색적인 대화 환경은 마련됐다고 할지라도 최대 이슈인 비핵화 문제를 놓고는 아직 입장차가 커 상황을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북한은 북·미 대화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면서도 비핵화를 의제로 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표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의 북·미 대화 의지에 대해 백악관 성명에서 “대화할 의향이 있다는 북한의 메시지가 비핵화로 가는 길을 따르는 첫걸음을 의미하는지 볼 것”이라며 비핵화 문제가 북·미 대화의 의제가 돼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북·미 대화를 성사시키는 핵심 역할은 우리 정부가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북 압박기조와 정부의 대화기조가 적절히 조율되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끄는 유인책이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 북한 대표단과 만난 자리에서 핵동결을 입구로 하고 폐기를 출구로 삼는 ‘2단계 해법’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이 별다른 입장을 표시하지는 않았지만 북한 귀환 후에 이뤄질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 대한 보고에서 문 대통령의 입장이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북한학)는 “한국은 관여, 미국은 압박이라는 역할분담이 이뤄진 상황”이라며 “지금까지는 남·북·미가 평창올림픽에서 나름대로 이익의 조화점을 찾았는데 앞으로 2라운드는 어떻게 비핵화 프로세스로 전환시키느냐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