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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에 위치한 난부선 무사시코스기역 건물 벽에 게재되었던 한 광고 문구다. 가와사키 시에는 ‘그 전자회사’인 것으로 추정되는 도시바의 연구개발(R&D) 센터가 위치해있다.
닛케이아시아리뷰는 11일(현지시간) 도시바의 경쟁 업체들 및 헤드헌터들이 도시바 엔지니어 영입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시바가 반도체 자회사인 도시바메모리를 매각하려 하는 등 위기로 미래가 불투명해지자, 라이벌 기업들이 도시바의 두뇌들을 노리고 있는 것.
‘우리 회사로 와달라’는 이 광고는 자율주행자동차 기술 개발을 위한 엔지니어를 모집하고 있는 도요타자동차가 게재한 것이다. 도쿄나 가나가와현에 거주하는 도시바의 엔지니어들은 도쿄역이나 무사시코스기역에서 난부선을 타고 R&D 센터가 있는 가와사키역으로 출퇴근을 한다. 광고는 출퇴근하는 도시바 반도체 엔지니어들을 노골적으로 겨냥한 것으로 일본에서 큰 화제가 됐다. 도시바는 이와 비슷한 광고들이 가와사키역 인근 지하철 역들에 추가로 내걸었으며 인터넷이나 라디오로도 확산됐다.
경쟁 기업들은 광고뿐만 아니라 직접 발로 뛰어 도시바의 두뇌들을 유혹하고 있다. 도시바 메모리카드 생산거점인 미에현 욧카이치시 공장에서 기술자로 근무하고 있는 어느 40대 직원은 인재소개업체부터 일자리를 제의하는 전화를 두 통이나 받았다. 그는 제의를 거절했지만 “동료 몇 명은 어느 회사로 옮긴다는 얘기 없이 올 초봄에 그만뒀다”고 말했다.
도요타자동차 이외에도, 자동차 부품업체 덴소나 반도체 제조업체 르네사스를 포함한 일본 기업들이 도시바 직원들을 영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가 주도적으로 스카우트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4년 전 엘피다 메모리 회사를 인수했던 미국의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도 도시바 엔지니어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이들은 주로 학회에서 직접 엔지니어들과 접촉하거나, 도시바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사원들을 통해 인재들을 찾고 있다.
도시바의 인재 유출은 비단 반도체 사업 부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도시바 원자력 개발 엔지니어들은 자발적으로 경쟁업체 히타치나 미츠비시 중공업으로 이직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시바는 비록 원자로 폐기 같은 일본 국내 원자력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나, 현재 해외 사업은 철수한 상태로 전망이 밝지 않다.
엔지니어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기획 같은 경영 직군 직원들의 이직 역시 점점 잦아지고 있다. 이들은 경쟁 업체들에 영입되거나 일부는 업종 자체를 바꿔 전직하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바 직원 수는 지난 3월 말에 15만 3000명 정도였으나 그 후 3개월 동안 약 1000여명이나 퇴사했다. 도시바는 지금까지 유수 대학 출신 엔지니어들을 대거 채용해 선구적인 상품들을 개발해왔다. 하지만 사내 엔지니어들의 뛰어난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년간 베테랑 엔지니어들을 정리 해고하고 급여 및 상여금을 지속적으로 삭감해왔다.
메모리유닛 매출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 속에서, 도시바의 직원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익명의 도시바 관계자는 “경영 재건 속도가 더디면 회사 자체가 망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올해 7월 1일 도시바는 회사 경영 개선을 위해 사회기반시설, 에너지, 메모리 이외의 반도체 및 기억장치, 정보통신기술(ICT) 솔루션 등의 4대 주요 사업 영역을 기반으로 분사했다. 하지만 사내 인재들 없이 이와 같은 사업들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편, 12일 아사히 신문은 도시바가 이르면 오는 13일 반도체 자회사인 도시바메모리를 미국의 웨스턴디지털(WD)사에게 정식으로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