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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의 침묵은 감정싸움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북·미간 말폭탄 전쟁에 당장 개입해봤자 별다른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어느정도 상황이 진정되기를 기다리는 이른바 ‘전략적 침묵’으로 보인다.
특히 청와대는 미·중 정상간 전화통화를 계기로 한반도 상황이 어느정도 진정 국면에 진입하지 않겠냐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2일 “두 정상의 통화가 최고조의 긴장상태를 해소하고 문제해결의 새로운 국면으로 이행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또 청와대는 상황이 위중하게 돌아가고는 있지만 ‘코리아 패싱’과 같이 한국정부가 완전히 배제된 채 통제불능 상황으로 한반도 문제가 전개되고 있지 않다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 11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의 전화 통화도 우리 정부가 상황을 충분히 관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분석이다. 두 나라 안보 사령탑은 해당 통화에서 “두 나라의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취해나갈 단계별 조치에 대해 긴밀하고 투명하게 공조한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분명히 했다. 한국 정부 동의없이 미국 단독으로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 사용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도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과 56분간의 전화 통화에서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의 참상이 일어나는 것은 용인할 수 없는 만큼, 북한 핵문제를 궁극적으로는 한·미간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평화적, 외교적인 방식으로 해결해야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었다.
문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를 통해 내놓을 대북 메시지는 ‘한반도에서의 전쟁 반대’처럼 남·북은 물론 북·미간에도 그 어떤 무력 충돌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강력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한 북한 도발 위협에 대한 엄중 경고도 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베를린 구상’에 대한 전면 수정 내지는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이제까지 ‘북한에 대한 제재는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수단’이라고 강조해왔던 점에서 베를린 구상에 대한 폐기 선언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편 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조지프 던포드 미 합동참모본부 의장을 접견한다. 던포드 의장은 문 대통령을 만나 한·미 연합 방위태세를 상의하고 북한군 동향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 예방에는 던포드 합참의장을 비롯해 마크 내퍼 주한 미국 대사 대리와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이 배석할 예정이다. 던포드 의장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이순진 합참의장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