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박세일 교수 조문
중도·보수 현실 정치권과 거리 좁힐지 주목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3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한 김치찌개 음식점에서 대학생·워킹맘·창업자 등 청년들과 점심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 |
반 전 총장은 15일 경기도 평택의 제2함대를 방문, 천안함에 헌화·참배하고 천안함 기념관을 둘러본다. 이날 방문지는 2010년 북한 잠수함의 공격으로 침몰, 장병 46명이 사망·실종된 '천안함 피격 사건'의 상징적인 공간이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서 보수 진영의 '안보 감수성'을 자극하는 의도로 읽힌다. 반 전 총장은 전날 자신의 고향인 충청북도 음성에서도 "한반도는 여전히 준전시 상태"라며 북한의 공격 위협에 노출된 우리나라의 안보 현실을 강조한 바 있다.
지난 12일 귀국한 반 전 총장은 이튿날 국립현충원에서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등 역대 대통령의 묘역을 모두 참배해 '대통합'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이 있는 경상남도 김해 봉하마을도 이번주 중 방문한다.
반 전 총장은 이어 청년 창업가, 워킹맘, 대학생 등과 함께 대표적 '서민 음식'으로 여겨지는 김치찌개를 먹으며 교육, 복지, 고용 등 국가 정책 전반에 대한 견해를 가감없이 드러냈다.
자신의 지지 기반이 상대적으로 고령·보수층에 집중된 한계를 극복하면서 잠재적 경쟁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층을 끌어들이는 한편, 지난 10년간 국제기구 수장을 맡으면서 생긴 '높은 분' 이미지를 희석하는 시도로도 해석됐다.
실제로 그는 귀국 당시 인천국제공항에서 일반 승객과 같은 입국 수속을 밟았다. 자신이 사는 사당3동 주민센터에서 주민등록증 주소지 표기를 직접 바꾸는가 하면 손수 은행 계좌를 만드는 등 '평범한 시민'이라는 메시지를 주려고 했다.
서민적 면모를 강조하는 반 전 총장의 행보는 전날 고향인 충청북도 음성에서도 이어졌다. 음성의 사회복지시설 '꽃동네'를 방문, '거지 성자'로 불리는 고(故) 최귀동 묘지에 분향한 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식사를 돕고 손발을 주물렀다.
이는 "소외당하고 고통받는 계층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려는 것"이라고 반 전 총장 측은 설명했다. 반 전 총장은 전날 "세계 방방곡곡에서 어렵고, 가난하고, 병들고, 목소리가 없는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다"고 자신의 지난 10년을 회고했다.
이어 애초 예정에 없던 조류인플루엔자(AI) 거점소독소를 방문, 현장 직원들을 격려하고 직접 고압 소독기로 화물차 바퀴를 소독하는 등 최근 민생·경제 현안인 AI 문제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청년, 서민, 소외계층, 민생 현장에 이어 안보 시설까지 잇따라 찾은 반 전 총장은 국내 사정에 어둡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한편 경쟁자들에 견줘 후발 주자인 점을 고려해 다소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반 전 총장은 김영삼 정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으로 근무할 당시 사회복지수석을 지냈던 고(故) 박세일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의 빈소에 이날 오후 조문한다.
고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이사장을 지냈으며,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여의도연구소장과 정책위의장을 맡는가 하면 당시 소장파 의원들의 '대부'로 불렸다. 현재 바른정당에 몸담은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과도 가깝게 지냈다.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이날 박 명예교수 빈소에서 이들 범여권 또는 이른바 '제3지대' 인사들과 두루 만나게 될 경우 대권을 향한 그의 정치적 행보가 한층 속도를 낼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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