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활동 위축 불가피… 고비 넘어도 ‘경제민주화’ 온다 = 전문가들은 한국경제가 3년 연속 2%대 저성장이 예고된 상황에서 기업 경영을 어렵게 만드는 정치권의 행보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본격화될 경제민주화 정책이 기업을 더 강하게 압박할 것이란 데 이견이 없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정치가 불안하면 제도 안에서 기업활동을 하는 경제계는 경영환경을 예측할 수 없게 된다”며 “대외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응원하고 밀어줘도 부족할 판에 기업가정신을 무너뜨리는 정치권 움직임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신 실장은 “진짜 문제는 최순실 사태가 정리되고 추후 정권이 바뀌면, 지금 숨어있는 ‘경제민주화’ 정책이 수면위로 떠오르며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칠 것이란 점”이라며 “한국기업들로서는 현재 안팎의 전망이 모두 캄캄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국경제가 정치권의 포퓰리즘 쇼에 이용 당하고 있고 심화될 것이란 비판적 시각도 있다. 송덕진 극동미래연구소장은 “이미 검찰에서 충분히 조사했음에도 굳이 총수들을 청문회 증인대에 세우겠다는 것은 정치권의 ‘기업 길들이기’ 일환으로 볼 수 있다”며 “추후 야권의 강력한 경제민주화나 증세전략이 쏟아지면서 기업들로서는 고난의 시간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송 소장은 “지금 세계는 법인세 인하를 비롯해 해외에 나가 있는 자국 기업들을 불러들이는 ‘리쇼어링’ 정책이 트렌드인데, 한국만 법인세 인상을 골자로 한 경제민주화 정책을 추진한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며 “해외기업 투자유치는 씨가 마르고, 국내 기업들의 엑소더스는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정부 차원의 경제 컨트롤타워 확립·강한 CEO 리더십이 ‘열쇠’ = 난국을 풀어가기 위한 정부차원의 일관된 경제 컨트롤 타워 확립과 기업가의 강력한 리더십이 제시됐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근 정치 불확실성이 경제성장 부진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과도기 경제 컨트롤타워 확립이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새 정부로 교체되는 과정에서 공백 없는 경제운용시스템을 가동하고, 국내 금융시장 불안을 방지하는 작업 등이 이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 실장은 또 “정치권의 조기 정국안정 노력과 더불어 기업의 강한 CEO리더십이 함께 병행돼야 한다”며 “정치 불확실성이 지금보다 증폭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응한 전략을 마련하는 등의 준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0년 이상의 장기적 관점에서 정경분리를 추진하는 것만이 근본적 해법”이라며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인 일본도 심각한 정경유착 문제로 장기 침체를 앓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로비스트를 허용하되 법적 기준을 어기면 시장 퇴출을 전제로 엄격하게 처벌하는 등 정경분리의 원칙을 세워온 것처럼 이번 기회에 정경유착 문제를 장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