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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기업들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출연의 대가를 노린 정황이 드러난 일부 기업들에 대해서는 ‘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열어놓고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검찰은 구속기간 만료 시점을 고려해 오는 19일께 최순실씨(60)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7)을 일단 재판에 넘긴 뒤 수사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조사 시기와 방법은 다음 주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수사팀은 밝혔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8일 최씨의 딸 정유라씨(20)에 대한 ‘특혜 지원’ 의혹과 관련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사 및 한국마사회·승마협회 사무실과 관계자 주거지 등 9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대한승마협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실과 40층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등을 압수수색해 대한승마협회 업무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최씨 모녀 회사인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에 280만유로(약 35억원)를 특혜 지원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이날 오후 검찰은 현대차그룹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박모 부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현대차그룹은 삼성(204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28억원을 두 재단에 출연했다.
검찰은 박 부사장을 상대로 재단에 거액의 기금을 낸 배경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출연 요청 경위, ‘비공개 면담’과 관련된 사실관계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각 기업들이 재단에 출연한 배경에 대해서는 전부 조사할 것”이라면서도 “기업 총수들의 경우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조사) 방법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단 최씨와 안 전 수석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한 검찰은 일부 출연 기업에 대해서는 ‘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살펴볼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K스포츠재단 측과 세무조사 무마를 대가로 추가 기금 출연을 논의한 부영 등 일부 기업의 ‘대가성’ 여부에 대해서는 사례마다 별도로 봐야 한다”며 “뇌물이 나오면 당연히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검찰은 19일께 최씨와 안 전 수석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기소할 계획이다. 제기된 의혹이 워낙 방대한 만큼 우선 두 사람을 기소한 이후 수사를 통해 추가적으로 드러난 혐의에 대해 추가기소할 방침이다.
이날 이번 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수사팀 관계자는 “이번 사건처럼 급박하게 수사를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일모도원(日暮途遠)이다. 해는 저무는데 갈 길은 멀다”며 촉박한 시간에 방대한 의혹에 대한 수사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심경을 밝혔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조사 일정은 다음 주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최씨와 안 전 수석의 기소 전이 될지 후가 될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두 사람의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해서도 박 대통령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들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사 시기가 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검찰은 최근 ‘황제 조사’ 논란을 빚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49)도 최씨의 국정 개입을 알고도 묵인해 직무를 유기했는지 등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대통령을 조사해야 하는 판에 누구를 수사 안 하겠느냐?”며 “(이번 수사에서) 성역은 없다. 누구라도 혐의가 나오면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