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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 분규는 예견된 사태…돈 내세운 교육부 사업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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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라다 기자

승인 : 2016. 08. 03. 18:05

이화여대 학생, 미래라이프 대학 반대 점거 농성
이화여대 학생들이 평생교육 단과대학(미래라이프대학) 설립에 반대하며 엿새째 이화여대 본관 점거 농성이 이어지고 있는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 앞에 졸업장 반납 도장을 찍은 복사본이 부착되어 있다./사진=송의주 아시아투데이 기자 songuijoo@
평생교육 단과대학인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으로 촉발된 이화여대 학내 분규가 해결국면을 맞았다. 이화여대가 3일 철회 결정을 내리며 백기를 들면서다. 최경희 총장은 이날 정오 본관 농성 현장을 찾아 “학생들을 보호하면서 구성원 의견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을 철회하기로 했다”면서 “학생들도 점거 농성을 풀고 진지한 대화를 하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본관 점거 농성을 벌인 지 7일 만이다.

대학 측은 농성 학생들에게 공문을 보내 이날 오후 6시까지 농성을 해제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날 오후 교육부가 이대의 사업 전면 철회를 수용한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입장을 밝혔음에도 ‘이대를 평생교육 단과대(평단) 사업에서 제외한다’는 교육부의 공문을 확인한 후에 본관 점거 농성을 풀겠다는 입장이어서 당분간 농성은 계속될 전망이다. 학교와 학생 간 불신이 극에 달했음을 짐작케 한 대목이다.

이대 학내 분규는 지난해 말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이대가 지난해 말 프라임(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 지원계획을 세운 이후부터다. 올해 들어 이대는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학내 구성원인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아 총학생회와 줄곧 의견충돌을 빚어왔다.

앞서 이대는 3월 코어(대학 인문역량강화) 사업을 따낸 데 이어 5월 프라임 사업, 7월 평단사업에 잇따라 선정됐다. 연간 100억원이라는 막대한 경제적 지원이 뒤따르는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에서 3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이럴수록 학교와 학생 간 갈등은 극으로 치달았다. 학내 구성원인 학생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탓이다.
실제 올 1학기 내내 총학생회와 학생들은 학교 측이 사업을 진행할 때마다 최 총장과 학교에 학생 의견수렴을 요청하며 대화하자는 의사를 표출했다. 그럴 때마다 최 총장은 외면으로 맞섰다. 이대 총학생회는 지난 4월 5일 프라임 사업 중단과 총장 면담을 요구하며 정문 앞에서 반대 시위를 벌였다.

최 총장은 학생들의 시위가 계속되자 축제에 대한 교비 지원 중단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다. 학생처는 총학생회에 ‘대동제 본연의 목적을 벗어나 학교 또는 학교 정책에 대해 비방과 선전 행위를 하면 교비 지원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또한 교양 필수과목인 채플 수업에도 올해 이례적으로 최 총장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최은혜 이대 총학생회장은 지난 6월에 진행된 토론회에서 “프라임 사업에 지원한 직후인 5월 첫째 주에 진행된 채플 수업에서 최 총장과 대화하는 자리가 마련됐었다”면서 “하지만 참석하지 않았고 6월 4~5일 진행된 채플 수업에도 불참했다. 총장이 참석하지 않은 것은 제가 학교에 들어오고 난 후 처음”이라며 의아해 했다.

이번에도 본관을 점거하고 있는 학생들이 최 총장과의 면담을 수차례 요청했으나 이뤄지지 않다가 이날에서야 의견을 교환했다. 지난달 30일에 학생들이 본관을 점거하자 이대 측이 경찰에 요청한 지 5일 만이다. 이날 학내에 경찰 1600여명이 투입돼 논란이 일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자금 지원을 내세워 대학을 다루려한 교육부의 정책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년간 등록금 동결로 재정적 압박을 받아온 대학들이 학내 구성원의 의견보다 재정난 해소에 치중하다 보니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수현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이 사립대학 육성 관점보다는 사업에 선정돼야만 재정 지원하는 구조다. 돈을 무기로 대학 구조개혁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특히 평단 사업처럼 한달내 대학 지원을 받는 등 졸속적으로 진행되면서 학내 민주적인 의사결정과정이 완전히 훼손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대 사태는 코어와 프라임 사업 때 누적된 학내 갈등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고 봤다.

이어 “이대의 이기주의가 일정부분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문제의 핵심은 평생교육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고졸 재직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제도는 여러 가지가 있다. 고졸 재직자특별전형도 있고 평생교육원도 있는데 이 제도를 보완하지 않은 채 행정편의 측면에서 단과대를 설립하는 학제 개편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남라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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