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자금 조성' 신 회장 관여 조사, 제2롯데월드 로비 의혹 수사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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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롯데케미칼의 소송 사기가 있었던 시점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1)이 대표이사로 재직했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신 회장의 지시 여부가 있었는지 등에 수사의 초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조재빈 부장검사)와 첨단범죄수사1부(손영배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기씨를 불러 롯데케미칼의 계열사 끼워 넣기를 통한 비자금 조성, 조직적인 소송 사기를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조사했다.
기씨는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이 고합그룹의 자회사인 케이피(KP)케미칼을 인수한 2004년 KP케미칼의 대표이사를 지냈다. KP케미칼을 인수합병(M&A)한 호남석유화학은 사명을 롯데케미칼로 바꾸고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검찰은 롯데케미칼이 KP케미칼을 인수할 당시 고정자산을 부풀려 부당하게 법인세 등을 환급했다고 보고 있다. 인수 당시 케이피케미칼 장부에는 기계설비 등 고정자산 1512억원 상당이 존재하는 것으로 기재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았다. 롯데케미칼도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후 롯데케미칼은 고정자산이 있으니 감가상각 등을 감안해 이미 납부한 세금을 돌려달라는 취지의 행정심판 청구와 행정소송 등을 KP케미칼 명의로 제기했다. 그 결과 롯데케미칼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법인세와 가산세 등을 비롯해 270억원을 부당하게 돌려 받았다. 검찰은 이를 ‘사기 소송’ 이라고 보고 있다.
검찰은 KP케미칼이 롯데케미칼로 합병된 이후 신 회장이 기씨와 함께 대표이사로 등록된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화학사업은 1990년 신 회장이 한국 롯데 경영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신 회장의 동의 하에 이 같은 소송 사기가 벌어졌는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롯데케미칼은 국내에서 현대석유화학, KP케미칼을 시작으로 해외에서는 아르테니우스·타이탄사 등을 M&A 했다. 검찰은 이 같은 M&A 과정에서 신 회장이 비자금 등 불법자금을 조성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방침이다.
또 검찰은 롯데케미칼이 해외에서 원료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일본 롯데물산을 고의로 끼워 넣어 원가를 부풀리고 수수료를 지급해 비자금을 조정했다는 의혹도 기씨를 통해 확인할 계획이다.
롯데물산의 전직 사장이 검찰에 소환되면서 제2롯데월드를 둘러싼 로비 수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롯데물산은 제2롯데월드 건설 시행사로 기씨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롯데물산 대표이사를 지냈다. 제2롯데월드는 2010년 이명박 정부 때 최종승인을 받았다.
한편 롯데케미칼의 소송 사기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앞서 롯데케미칼의 임직원들이 증언 했고 관련 자료도 확보했다”면서 “기씨의 혐의입증에는 크게 무리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