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이 위기다. 특히 우리의 안보가 위기다. 어제도 북한은 스커드미사일 3발을 동해상에 발사해 핵 개발 의지를 과시하는 등 날로 안보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언제 북한이 우리에게 미사일 투하를 감행할지 알 수 없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항해서 우리의 생명을 지켜줄 절대적으로 필요한 자위수단이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국론은 사분오열돼 있다. 사드의 경북 성주 배치 결정 이후 나타난 현상은 우리 국민이 얼마나 안보불감증에 빠져있는지, 얼마나 국가안보보다 지역이기주의에 매몰돼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경제도 위기다. 성장률도 3%에서 2%대로 주저앉아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해 청년들이 방황하고 있으며, 구조조정도 원활하게 추진되지 못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내지 못하는 좀비기업들이 즐비한 상태다. 여기에 중국 등의 추격으로 경쟁력이 떨어진 제조업종들에서 위기의 경고음들이 계속 들려오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규제개혁은 물론이고 노동시장에 필요한 최소한의 개혁조차 해내지 못하고 있다. 그저 적자재정 투입이나 하고 국책은행에 대한 구제금융을 하는 등 진통제와 같은 임시변통만 하고 있을 뿐 근본적인 개혁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의 정치를 이끄는 정치권, 경제를 이끄는 재계, 그리고 우리 국민들이 이런 안보·경제 복합위기를 극복할 자세가 되어 있는지 의문이다. 우리 사회 어느 곳에서도 그런 자세를 찾아보기 어렵다. 국가안보의 위기 앞에서 정치권은 사드 배치 문제에 국론을 모으지 못한 채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일부까지 표류하고 있다. 총선에서 소위 진박 마케팅을 했던 정치인들이라면 의당 각종 유언비어와 괴담을 퍼트리는 불순세력의 개입을 차단하면서 적극적으로 주민 설득과 설명에 나서는 한편 합리적인 보상방안을 이끌어냄으로써 정부의 안보정책을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모습은커녕 사드배치 반대에 편승하는 듯한 행동만 보이고 있다. 정치권은 집권과 재선을 위해서라면 비록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선동적인 포퓰리즘 정치에 매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 경제는 재벌이 이끌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 역할과 비중이 막중하다. 그러나 그만한 책임감과 의무감을 느끼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최근 불법, 탈법, 로비가 총동원된 비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벌인 재계 5위 롯데의 행태를 보면 참담한 심정이 된다. 세금환급 사기라는 전대미문의 충격적 비리를 저지르는가 하면, 협력업체들에 갑질로 원성을 샀다. 특히 최근에는 불필요한 중간단계 거래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으로 대대적인 수사를 받고 있다. 이런 것이 비단 롯데뿐이겠는가.
앞으로 롯데의 모든 비정상적 행태들이 밝혀지겠지만 이와 같은 비리 부패가 청산되지 않는 한, 국민들의 기업에 대한 불신과 저항은 계속될 것이고 경제위기 극복도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아시아투데이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롯데의 비정상적 행위들에 대해 추적하였다. 그 과정에서 본지는 단독으로 7월 11일 롯데 신동빈 회장측이 최경환 의원에게 50억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검찰이 수사하고 있음을 취재해서 보도했으며, 7월18일에는 50억원 수수설이 롯데 신동빈측 내부자로부터 나왔다는 것을 단독으로 보도했다.
비자금 조성은 보통 회계조작을 동반하는데 정상적인 시장경제에서는 있을 수 없는 범법행위다. 더 나아가 재계 5위의 그룹이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정치권에 제공함으로써 직간접적으로 이권을 따내는 한편 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자릿세나 뜯어내는 행태를 계속해서는 우리나라는 작금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아시아투데이가 롯데 비자금 조성 의혹과 50억원 수수설에 관련된 보도를 이어가는 것은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분열과 부패의 고리를 끊고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루는 데 기여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썩은 부분을 도려내는 사정(司正)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공직사회에도 기강이 서고 대통령 임기 말기에 흔히 나타나는 레임덕 현상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재계와 정치권도 환골탈태해야 한다. 재계는 비자금을 만들어 로비를 통해 이권을 챙기는 구태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그런 방식으로 특혜를 얻거나, 사업의 독점권을 얻어 사업을 하려는 타성을 버려야한다. 새로운 각오로 창업세대가 보여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기업가적 도전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정치권도 재계로부터 비자금을 받아서 정치자금으로 삼는 한편 그 기업의 뒤를 봐주는 구태를 완전히 청산해야 한다. 정치에서건 경제에서건 이제 투명하고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정경유착의 고리가 잔재하는 한 정치권과 재계의 기득권이 공고화해서 신규 참여자들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경제는 활력을 잃을 것이고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이룩한 부(富)를 부정적으로 바라볼 것이다.
이렇게 되어서는 국가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어쩌면 제2의 도약을 이룩할 기회를 영영 잃어버릴지 모른다. 상상하기 싫지만 도약하기는커녕 남미의 아르헨티나나 베네수엘라처럼 추락할지도 모른다. 아시아투데이는 앞으로도 비자금 조성과 정경유착 문제에 대한 취재와 보도에 있어, 국가 위기 극복을 위해 필요한 청산과제라는 인식 아래 언론 본연의 책임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