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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발전세미나] “해외수주 늘리려면 ‘패키지딜·정부 금융지원’ 투트랙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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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름 기자

승인 : 2016. 06. 23. 20:36

정부·건설업계·학계 모두 모여 열띤 토론
건설산업발전 세미나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아시아투데이와 박덕흠 의원 주최로 열린 ‘해외건설 수주확대전략과 지원방안’ 건설산업발전 세미나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오른쪽부터 최정환 한국철도시설공단 해외본부장, 한명식 태조엔지니어링 대표, 김희천 기획재정부 대외경제총괄과장, 손태홍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김수삼 성균관대 석좌교수, 이복남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소장, 이상주 국토교통부 해외건설과장, 차문호 현대건설 상무, 주중석 본지 선임기자./송의주 기자songuijoo@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건설산업발전 세미나에 참석한 정부 및 건설사 관계자, 학자 등 토론자들은 해외건설 수주확대를 위해서는 건설사들이 중장기적으로 시간을 갖고 체력을 키워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해외건설 수주확대 전략과 지원방안’이란 주제로 열린 이번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국내건설사들의 체력 강화를 위해서는 유능한 인재채용과 정부차원의 금융지원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미나 사회는 김수삼 성균관대 석좌교수가 맡았다. 토론자로는 김희천 기획재정부 대외경제총괄과장·이복남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소장·이상주 국토교통부 해외건설과장·주중석 본지 선임기자·차문호 현대건설 상무·최정환 한국철도시설공단 해외본부장·한명식 태조엔지니어링 대표 등이 참석했다.

◇최정환 본부장 “중·일, 금융 내세워 공략 한국은 상대적으로 약해”
최정환 한국철도시설공단 해외본부장은 정부와 민간의 여러 사업들을 한데 모아 해외 발주처를 공략하는 ‘패키지 딜’ 형태로 사업을 추진한다면, 해외건설 수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최근 중국과 일본은 해외건설시장에서 막강한 금융조건을 내세워 발주처를 공략하고 있다.

최 본부장은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도의 경우 경쟁국인 중국이나 일본이 발주처에서 제시한 금융조건을 들여다 보면 제로금리에 가까운 차관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있다”면서 “말-싱 고속철뿐 아니라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사업을 수주하기 위해서는 중국이나 일본과 경쟁해야하는데,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금융모델이 이들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 각 부처와 민간이 하고 있는 사업들 한데 모아 협상을 진행해 수주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이런 모델은 투자개발형 사업에서 실효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패키지 딜 모델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국내 기관들의 역량을 모을 수 있는 구심점이 필요하다”면서 “정부가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 양질의 해외프로젝트를 좋은 조건에 수주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하다”고 덧붙였다.

◇한명식 대표 “엔지니어링 업계 해외진출 정부·건설사 지원 필수”
한명식 태조엔지니어링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 국내 건설엔지니어링 업체들이 아직 해외 시장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건설사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해외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플랜트엔지니어링 업체들과 달리, 건설엔지니어링 업체들은 국내 관급 공사 위주로 사업을 꾸려오다 보니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많이 뒤처져있다”면서 “이 때문에 건설사들의 해외진출 파트너로 대접받지 못하고, 업계 전반이 낙후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건설·엔지니어링 업체가 국내에서 쌓은 경험을 해외 시장에서도 펼칠 수 있도록 정부와 건설사들이 도와준다면, 결국 해외건설산업 전반이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국내 건설사가 해외진출할 때 반드시 엔지니어링 업체를 앞세워 동반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또한 국내 사업을 수행할 때도 프로젝트 시작부터 끝까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법률과 제도를 정비해 업계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런 방법으로 건설·엔지니어링을 고부가가치산업으로 키워, 업계에 부족한 젊은 인재가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차문호 상무 “10억 달러 미만 중형공사로 체력키울 것”
차문호 현대건설 상무는 해외수주 기근으로 업계에 위기의식이 퍼지고 있지만, 이 시기를 내실을 다지는 기회로 활용해야한다고 말했다.

차 상무는 “최근 발주물량이 급감하고 이미 수주했던 건들도 착공이 지연되는 상황”이라며 “회사가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나아가야하는지 내부적인 고민도 크다”고 전했다.

이어 “이제 조단위의 대형 공사는 안 나올 것”이라며 “5억~10억 달러 중형 공사에 입찰해서 체력을 키우고 재충전하는 시기로 삼아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해외시장에서 일본과 중국의 수주공세가 거세지만, 막연히 절망하기보다는 이들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느냐를 전략적으로 고민해야한다고 언급했다.

차 상무는 “이란 등 최근 해외시장을 보면 결국 금융 없이는 공사를 수주할 수 없다”면서 “금융 역량이 막강한 중국과 일본 업체를 어떻게 활용할수 있을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남미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차 상무는 “아프리카 시장은 이미 중국이 점령했다”면서 “중남미 시장의 경우 국내 기업들이 진출하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고 있지만, 발주처와 협의해 공기도 늘려주는 등 합리적이어서 해볼만하다”고 말했다.

◇김희천 기재부 과장 “수주지원협의회 통해 지원”
김희천 기획재정부 대외경제총괄과장은 세미나에서 민관합동 협의기구인 ‘해외 인프라·수주 및 투자 지원 협의회’를 통해 한국기업의 해외수주를 지원하겠다고 대안을 내놨다.

김 과장은 “협의회에서 이란 등 성장유망시장에 대해 정책수단간 연계를 통한 종합 진출지원방안과 금융패키지를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상외교 사업 등 대외정책 면에서 중요한 사업에 대해서는 수출입은행을 활용해 사업 초기부터 구조 설계와 금융자문을 지원할 계획이다.

협의회는 정부부처·정책금융기관·민간협회 공동 기구로 기재부·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수출입은행·산업은행·한국무역보험공사·해외건설협회 등이 참여하고 있다. 기재부는 협의회를 거쳐 한국기업들의 해외사업 수주 및 투자 확대를 위한 범정부적인 종합 지원방안을 협의하고 조정할 계획이다.

대규모 프로젝트의 경우 발굴 단계부터 사업추진시 애로사항 등을 공유하고 정책금융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수주지원 방안을 찾기로 했다.

김 과장은 “세미나에서 이야기가 나온 내용들에 대해서 정책적으로 반영할 사항이 있다면 협의회에서 논의해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주중석 본지 선임기자 “해외발주처 요구 금융조달 아시아개발銀 활용고려를”
이날 토론에 패널로 나선 본지 주중석 선임기자는 해외건설의 제2 도약을 위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금융조달 지원은 국내 건설사들에 가장 필요한 부분이라는 설명이다.

주 선임기자는 “최근 해외 발주처들이 요구하고 있는 금융조달은 건설사 단독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정부가 지원 자금을 늘려 기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해외금융기관도 적극 활용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건설보국’이라는 말을 썼을 만큼 건설업계 전반의 애국심이 강했다”면서 “중동 등지에서 피땀 흘리며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초석을 이룬 건설업계를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벌이는 제살 깎아 먹기식 과당 경쟁은 지양해야하고, 수주액이 아닌 수주 부가가치에 비중을 둬야한다고 말했다.

주 선임기자는 “저가수주를 부르는 기업간 과도한 경쟁은 지양하고, 수주액이 아닌 수주 부가가치를 보고 선별수주를 해야한다”고 언급했다.

◇이복남 연구소장 “글로벌시장 영업망 구축 다변화 전략 필수”
이복남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소장은 세미나에서 한국건설사가 해외건설 수주능력을 높이기위해 자발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이 소장은 학계 대표로 나서 국내건설사의 해외건설 문제점을 진단했다.

이 소장은 “해외건설 진출과 관련해 한국건설사들이 가만히 있으면서 정부지원책에만 방점을 두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건설사가 정부에 재원을 요청하기 전에 뭘 준비해왔는지 스스로 돌아봐야한다는 것.

다만 해외건설은 국가간 경쟁이므로 정부의 역할은 해외건설 수주 확대의 마중물이 되야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다보스포럼에서 지는 일자리가 건설, 뜨는 일자리가 엔지니어링으로 거론됐다”면서 “해외건설이 장기적으로 (엔지니어링까지) 폭을 넓혀야 세계건설시장 영업망을 구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해외건설 수주 확대를 위해서는 기존의 영업형태를 과감히 깨야 한다고도 했다.

이 소장은 “해외건설산업이 수주 절벽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절벽에서 떨어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수주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으면 원위치로 갈 수 없다는 우려에서다.

◇이상주 국토부 과장 “건설사들 양보다 질 따져 수주 급감 걱정안해도 돼”
이상주 국토교통부 해외건설과장은 최근 해외건설이 양적으로 크게 줄어든 데 대해, 이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저유가 등으로 해외 발주자체가 줄어든 게 사실이지만, 국내 건설사들이 선별 수주로 돌아선 영향도 크기 때문에 현 상황을 ‘내실화 단계’로 볼 수 있다는 시각이다.

작년 해외건설 수주실적은 460억 달러(약 54조원)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수주가 감소한 이유는 발주물량 자체가 감소한 데다, 국내 건설사들이 입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던 영향도 크다. 여기에 유럽·중국 등이 중동시장에서 수주 공세를 펼치면서 우리 시장을 뺏긴 측면도 있다.

이 과장은 “수주 급감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면서 “그만큼 국내 건설사들이 양보다 질을 따지기 시작했다는 말이기 때문에 ‘내실화 단계’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정부가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실적을 높이기 위해 중국·일본 등과 공동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전략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상주 과장은 “중국, 일본 등과 공동으로 진출하는 전략, 국내 건설엔지니어링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금융 지원이 부족한 실정인데, 내년 예산을 올해 대비 2배 이상으로 요청한 상태다”고 전했다.

정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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