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이 보여준 공천 모습은 부끄럽고 시대착오적인 정치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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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전 원내대표는 “오늘 이 자리에 서기까지 저의 고민은 길고 깊었다”며 “저 개인의 생사에 대한 미련은 오래 전에 접었고 그 어떤 원망도 버렸다”며 운을 뗐다. 유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7월 8일 새누리당의 원내대표 직에서 물러나면서 강조했던 ‘헌법 1조’를 다시 언급하며 “오늘 저는 헌법에 의지한 채 저의 오랜 정든 집을 잠시 떠나려 한다”며 “그리고 정의를 위해 출마하겠다”고 했다. 이어 “권력이 저를 버려도 저는 국민만 보고 나아가겠다”며 “제가 두려운 것은 오로지 국민뿐이고 제가 믿는 것은 국민의 정의로운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의 4·13 공천 절차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공천에 대하여 지금 이 순간까지 당이 보여준 모습, 이것은 정의가 아니다. 민주주의가 아니다. 상식과 원칙이 아니다”며 “부끄럽고 시대착오적인 정치 보복”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의가 짓밟힌 데 대해 저는 분노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당의 정체성과 부합 여부’를 언급하며 유 전 원내대표를 겨냥했던 데 대해선 “2000년 2월 입당하던 날부터 오늘날까지 당은 저의 집이었다. 이 나라의 유일한 보수당을 사랑했기에 저는 어느 위치에 있든 당을 위해 제 온몸을 던졌다”며 “그만큼 당을 사랑했기에 당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는 말에 참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2011년 전당대회 출마선언, 작년 4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다시 읽어봤다”며 “몇번을 읽어봐도 당의 정강·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은 없었다. 오히려 당의 정강·정책은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를 추구하는 저의 노선과 가치가 옳았다고 말해주고 있었다”고 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결국 정체성 시비는 개혁의 뜻을 저와 함께 한 의원들을, 개혁의 뜻을 저와 함께 한 죄밖에 없는 의원들을 쫓아내기 위한 핑계에 불과했다”며 “공천을 주도한 그들에게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애당초 없었고, ‘진박’ ‘비박’이라는 편가르기만 있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희국·이종훈·조해진 의원 등 ‘친유승민’계 의원들이 줄줄이 ‘괘씸죄 낙천’의 대상이 된 데 대해서는 “저와 함께 뜻을 함께 했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경선의 기회조차 박탈당한 동지들을 생각하면 제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이 동지들과 함께 당으로 돌아와서 보수개혁의 꿈을 꼭 이룰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뜨거운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유 전 원내대표는 기자회견 직후 보좌진을 통해 대구시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앞서 새누리당 공관위는 후보 등록 시작 하루 전인 이날까지도 유 전 원내대표의 공천 논의를 차일피일 미루다 오후 10시 20분께 끝내 결론을 내지 않고 회의를 종료했다. 공관위원인 황진하 사무총장은 당사에서 회의가 끝난 후 “공관위에서 결론을 못 내렸다”며 “(결론을) 못내렸다고 최고위에 보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공직선거법 49조에 따르면 20대 총선 후보자 등록기간인 24~25일에는 당적을 이탈하거나 변경할 수 없다. 따라서 유 전 원내대표가 무소속으로라도 이번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23일 자정까지 새누리당을 탈당해야만 한다. 결국 공관위는 유 전 원내대표의 출마 가능 ‘데드라인’을 불과 1시간 30여분 남기고 손을 뗐다.
연일 유 전 원내대표의 자진 탈당을 집요하게 압박해온 이 위원장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의견차이가 지금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결론을 못 내렸다”며 “우리 공관위는 이제까지 한번도 합의되지 않은 걸 발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오후 5시 30분께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천 발표가) 유일하게 남은 대구 동구을은 오늘 7시 공천관리위에서 합당한 결정 내리지 않는다면 무공천 지역으로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오후 7시 공관위 회의에 앞서 “무공천은 있을 수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