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의뢰받은 여신전문금융 약관을 심사해 이 중 34개 유형, 172개 불공정 약관 조항을 바로잡아 줄 것을 요청했다고 24일 밝혔다.
채무면제·유예상품이란 신용카드사가 매월 회원으로부터 카드대금의 0.5% 내외의 수수료를 받고 사망, 질병 등 사고가 발생했을 때 카드채무를 면제해주거나 결제 유예해주는 상품이다.
공정위는 신용카드사가 보장 기간 중 상품 수수료율을 임의로 변경할 수 있게 한 조항을 문제 삼았다. 현행 조항에는 수수료율이 변경될 수 있는 사유를 따로 밝히지 않아 카드사가 재량적으로 수수료율을 바꿀 수 있어 불공정하다는 것. 채무면제·유예상품은 사고·질병에 따른 갑작스러운 경제적 위기를 대비할 수 있는 일종의 보험상품으로, 수수료율은 보험상품의 보험요율과 같이 고객의 이해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는 신용·체크카드 약관 중 카드사가 임의로 보너스 포인트 등 각종 부가서비스를 변경할 수 있는 조항도 불공정 약관으로 봤다. 약관에는 ‘회원에게 제공되는 카드관련 제반 서비스나 기능은 카드사 영업정책이나 제휴업체 사정에 따라 변경 또는 중단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는데, 이는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에서 부가서비스 변경 사유보다 포괄적이라 카드사 마음대로 부가서비스를 변경할 소지가 있다고 본 것이다. 부가서비스를 변경하거나 중단할 경우 단순히 고객에게 알려야 한다고만 돼 있어 고객이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해 손해를 입을 우려도 있었다.
신용카드 약관 중 연회비를 일절 반환하지 않는다는 조항도 불공정하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부가서비스를 이용하고 카드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카드사는 연회비에서 부가서비스 비용 금액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회원에게 반환해야 하지만, 특정 부가서비스를 한 번이라고 이용하면 연회를 주지 않겠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이 외에도 공정위는 △할부(대출)금리와 별도로 취급수수료를 부과하는 조항 △연체이자를 과다하게 산정하는 체크카드 약관 △카드사 임의로 이용한도를 조정하는 세이브서비스 조항 △근저당물건에 부속된 물건이기만 하면 근저당권의 효력이 당연히 미친다고 정한 조항 △인지세 전액을 고객에게 부담시키는 담보대출 약관 △채무자의 신용과는 관계없는 사유로 기한의 이익을 상실시키는 신용카드 약관 등을 불공정하다고 보고 시정을 요구했다.
민혜영 공정위 소비자정책국 약관심사과 과장은 “이번 시정요청 대상 약관 조항과 같거나 유사한 조항도 시정을 요청해 금융 소비자들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