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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8000만 내수 시장 개방…“기업들 진출 러시, 차기 미국 대통령이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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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현 기자

승인 : 2016. 01. 1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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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이란 제재가 해제된 16일 테헤란 거리를 걷는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과 관련해 부과해온 경제·금융 제재가 16일(현지시간) 해제되면서 인구 8000만 명에 달하는 이란 내수 시장이 세계 기업들에게 개방됐다.

이란은 그동안 가해졌던 혹독한 제재 탓에 소비재를 비롯해 자동차, 항공기, 기반시설 등이 낙후됐을 뿐 아니라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1위, 석유 매장량 4위를 자랑하는 자원 부국으로 글로벌 기업들은 이란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 중국·러시아·프랑스·이탈리아·독일 등 진출 러시
이란 원유의 최대 구매국인 중국의 장밍(張明) 외교부 부부장은 최근 테헤란을 방문해 “제조업과 기반시설 건설 부문에서도 협력의 가능성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란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온 러시아는 이란과 연간 무역액을 16억 달러(약 1조9000억 원)에서 100억 달러(약 12조1000억 원) 수준으로 대폭 끌어올릴 계획이다.

러시아는 이란에 S-300 지대공 미사일을 판매하고 핵발전 시설에 원자로 2기를 지어주는 등 군사적 협력도 이어오고 있다.

러시아 국영 철도회사는 이란의 철도를 전기화하기로 했다.

가스회사 가스프롬과 석유회사 루코일은 이란 측과 생산, 저장, 운송 등 모든 단계를 아우르는 계약을 추진 중이다.

프랑스의 토탈, 이탈리아의 ENI 등 서방 에너지 기업들도 이란 기업들과 협력 계약을 체결해 진출을 가시화했다.

독일은 공작기계 등을 중심으로 이란에 100억 유로(약 13조2000억 원) 규모의 수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독일의 지멘스는 이미 철도 기반시설 개선을 위한 기초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 항공기·자동차 기업들 ‘호재’
특히 항공기와 자동차 관련 기업들이 이란 시장 개방으로 노다지를 기대하고 있다.

이란 항공사들이 보유한 민항기는 140대 규모다.

그 중 이란 항공이 보유한 항공기 45대의 평균 기령이 27년에 달하는 등 이란의 항공기 교체 수요는 충분히 크다.

유럽의 에어버스는 이란 제재 해제가 발표되기도 전에 이란 측에 항공기 114기를 판매키로 했다는 사실이 이란 현지 타스님뉴스에 의해 공개되기도 했다.

미국의 보잉을 비롯해 에어캡 홀딩스나 에어리스코프 등 항공기 임대 회사들도 이란 시장에서 큰 이득을 볼 것으로 블룸버그통신은 전망했다.

제너럴일렉트릭, 사프란,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 등 항공기 엔진 제조업체들 역시 수혜주에 해당한다.

현재 자동차 보유가 유럽의 6분의 1 수준인 인구 1000명 당 100대에 불과한 자동차 시장도 매력적이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은 “현재 100만 대 규모인 이란 시장은 150만∼200만 대 규모로 커질 것”이라며 “매우 유망한 시장”이라고 전망했다.

르노는 이란의 자동차 제조업체와 협상을 진행한 상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의 아이폰도 구입이 가능해진다면 이를 사려고 줄을 서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며 소비재 시장의 확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 제재는 여전…정치 환경 등 변수 많아
이번에 해제된 제재는 이란의 핵개발과 관련된 사항에 국한된다.

무기·탄도미사일 기술 관련 제재와 인권·테러 관련 제재는 변함없이 적용된다.

특히 국제 제재를 주도해 온 미국의 기업들이 정부 눈치를 살피는 중이다.

하버드 국제관계위원회의 마지드 라피자데는 “모든 미국 기업들이 조만간 이란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포괄적인 법률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 기업들은 핵협상 타결의 최대 패배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안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미국 기업의 외국 자회사는 어느 정도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보수파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마크 두보비츠는 “자회사가 재무부로부터 이란 진출 허가를 받더라도 미국 내에서 하는 사업이 여전히 제재의 적용을 받는 이란 기업과 관계가 없다는 것을 확실히 하려면 큰 부담이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자동차 시장 확대를 예상한 곤 회장 역시 “정치적으로 올바르고 법적 관점에서 안전해지기 전에 진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성급하게 가서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정치적 계산도 고려해야 한다고 미국 WSJ와 블룸버그통신이 분석했다.

WSJ는 “2017년 미국의 새 대통령이 핵 합의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야당인 공화당이 주도하는 미국 의회는 최근 있었던 이란의 미사일 실험과 관련해 새로운 제재를 추진 중이다.

공화당 대선 경선 레이스에서 선두를 달리는 도널드 트럼프와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일찌감치 이란 핵 합의 약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두보비츠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가 13개월도 남지 않았다”며 “2017년에 있을 집행 조치의 반대편에 서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낙관적 전망도 없지 않다.

라피자데는 “사업이 정치적 관계를 용이하게 할 것이고, 정치적 화해는 무역을 확대할 것”이라며 선순환 관계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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