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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 먹을 건 없는’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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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기자

승인 : 2015. 10. 04. 17:57

[롯데백화점]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첫날
블랙프라이데이 첫날인 지난 1일 롯데백화점 행사장에는 고객들로 넘쳐나고 있다.
정부가 내수경기 진작을 위해 2만7000여 업체가 대대적인 세일에 동참하는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지난 1일부터 실시했지만 곳곳에서 문제점을 드러내며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국내 유통구조를 고려하지 않고 정부 주도로 졸속 진행되면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지적이다.

4일 롯데백화점 본점 매장에는 중국인 관광객과 블랙프라이데이에 기대감을 안고 온 주말 고객들로 매장마다 북적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매장이 스페셜데이란 명목으로 10%의 할인율을 적용했고, 50% 이상의 품목은 이월상품이나 몇 가지 제한된 품목에 한해 진행돼 일반적인 정기세일과 다를 바 없었다. 게다가 명품이나 고가의 제품은 상품권 증정행사로 세일을 대신해 백화점들이 내세운 70~80%의 상품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일산에 사는 주부 문미영(37)씨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할인율에 실망했다”면서 “살 물건은 없고 사람들만 북적여 오히려 소비욕구마저 떨어졌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유통업체 위주· 애매한 시기로 할인 제한적
이번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과 달리 제조업체 위주가 아닌 유통업체 위주로 행사가 진행되다보니 할인율이 낮았다. 미국 백화점의 경우 자신들이 직접 사서 물건을 파는 직매입 방식을 취하다보니 떨이방식이라도 처분하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에 할인율을 대폭 높일 수 있지만, 국내 백화점들은 70~80%가 제조업체가 직접 들어와 판매하면 일정 임대 수수료를 내는 특약매입 방식으로 운영돼 할인이 수수료 폭에서 가능해 할인율이 적었다.

또 시기도 문제로 지적된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는 11월 마지막 목요일 추수감사절이 끝나는 다음날 금요일부터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지는 등 제조업체 입장에서도 물건을 처리해야 되는 시기이지만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는 한창 겨울 신상품을 팔아야 하는 시기와 맞물려 비교적 고가에 해당되는 겨울상품은 빠질 수밖에 없다.

◇전통시장은 오히려 ‘된서리’

한달 만에 정부의 결정으로 진행되는 세일이다보니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로 역풍을 맞고 있는 곳도 있다. 대형 유통업체와 같은 할인율을 따라가지 못하는 전통시장 등 영세상인들이 대표적이다. 준비 기간이 짧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 시장도 부지기수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도 이 기간 해제돼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어지는 등 ‘된서리’를 맞고 있다는 지적이다.

백화점 등 대형유통업체들은 일단 블랙프라이데이 초반 매출에서 흥행몰이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국경절(10월1~7일)과 주말이 겹치면서 롯데백화점의 경우 1~3일까지 실적이 전년대비 23.6% 신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백화점 역시 매출 실적이 27.6% 올랐고 신세계백화점도 36.7%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러한 실적에 대해 ‘반짝 상승’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어서 블랙프라이데이 효과가 지속적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물음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 전부가 참여하는 행사라 일단 소비자들이 매장에 나오는 등 초반 관심을 보였지만 저조한 할인율에 품목도 제한적이라면 14일까지 이 분위기가 이어질지 미지수”라면서 “정기적인 행사로 매년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철저한 준비로 내년에는 올해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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