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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무부처인 복지부는 초기 대응 실패와 늑장대처로 총체적 무능을 보여줬다. 장·차관 모두 보건 분야 비전문가로 구성된 복지부 조직이 구멍 뚫린 방역체계를 야기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를 복지부 탓으로만 돌리기엔 무리가 있다. 박근혜 정부의 정책 방향이 복지증진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상대적으로 ‘의료’와 ‘보건’ 분야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복지부 예산만 보더라도 정부의 ‘보건 홀대’가 여실히 드러난다. 올해 복지부 전체 예산(53조4000억원) 중 보건의료 관련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4%(2조2800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96%의 예산은 ‘복지’에 쏟아 부었다. ‘보건’ 분야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복지부에서 보건·의료 부문을 독립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사 출신인 신상진(새누리당) 국회 메르스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방송에서 “보건 분야와 복지 분야를 하나로 묶어서 부처를 운영하는 나라가 선진국에는 별로 없다”고 필요성을 거론했다.
복지위 여당 간사인 이명수 의원도 ‘복수차관제’ 도입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해 논의의 물꼬를 틀지 주목된다.
몸이 커지면 덩치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 21세기 한국사회는 ‘보건’과 ‘복지’ 어느 것 하나 소홀해선 안 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현재 복지부 구조로는 다른 감염병이 발생하더라도 제2의 메르스 사태가 재연될 소지가 다분해 보인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면 제대로 고쳐야 한다. 지금의 구조로는 제2, 제3의 메르스 사태를 대비할 수 없다. 보건부 독립의 필요성이 거론되는 지금이 외양간을 고칠 적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