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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는 자본시장 논리에 부합하는 당연한 풍경입니다. 어차피 마케팅이라는 것은 물건을 최대한 많이 팔기 위한 수단이고, 수요가 많으면 공급가격이 올라가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현상이니까요.
걱정되는 것은 소비자들의 모습입니다. ‘위례 우남역 푸르지오’가 계약금 20%의 조건을 내걸었다고 했을 때 평소 이 지역에 높은 관심을 보였던 일부 지인들은 “무슨 계약금을 1억원이나 받나. 계약금부터 대출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푸념했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부동산 경기가 좋은 틈을 타 건설사들의 콧대가 하늘을 찌른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계약금이 5%든 20%든 아파트값은 결국 소비자의 몫인데, 형편이 안 되는 사람이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꾸역꾸역 사는 상황도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 전 분양 사전 설명회에 다녀왔다는 한 지인은 이미 집이 있고 자금에 여유도 없는 상황인데, 갑자기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 전세나 월세로 돌려볼까 하는 깊은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해당 지역은 아파트 물량이 넉넉하고 도심지도 아니어서 전월세 수요는커녕 시세차익도 크게 기대할 수 없는 곳입니다. 설명회에서 전문가라는 사람이 제법 그럴듯한(?) 이야기를 한 듯했습니다.
건설업체들은 최근 청약시장 호황에 최대한 많은 물량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부동산 호황기와 혹한기를 모두 겪은 건설사들은 지금 못 털어내면 또 언제 기회가 올지 알 수 없으니 일단 풀고 보자는 심정일 것입니다.
결국 지금은 소비자의 현명하고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당장의 호황 분위기에 휩쓸려 무리하게 분양시장에 뛰어들려고 하는 소비자들은 2017년 전후 입주 대란을 걱정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