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분양시장은 10년 만에 찾아온 호황이라고 할 만큼 분위기가 좋습니다. 동탄 등 수도권 인기 택지지구는 수십대 1의 1순위 청약경쟁률이 속출했고,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후 미분양은 작년 11월 전국 1만6465가구에서 지난달 1만2638가구로 23% 줄었습니다.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리며 하우스푸어를 양산했던 용인지역도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고사가 떠오를 정도로 달라졌습니다. 올해 이 지역에서 분양한 7개 단지 중 기흥역지웰푸르지오, e편한세상수지, 힐스테이트기흥 등 3개 단지는 분양 2개월 만에 완전판매됐고, 용인 우미린센트럴파크는 완전판매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이 같은 변화는 분명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여전히 경계의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시장 지표가 개선된 것은 사실이나 위태로운 기반 위에서 이룬 성과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은 연면적 기준 1381만 6000㎡로 작년보다 33.5%나 늘었고 이를 토대로 추정한 올해 주택 인·허가 물량은 약 38만 가구에 달합니다. 이는 2007년(30만2551가구)이후 최고치입니다.
미분양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나 이 수치는 무시 못할 공급량입니다. 더구나 가계 대출은 올 1분기 13조원가량 늘어 가계대출 집계를 시작한 2002년 이후 같은 분기기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습니다.
비록 정부가 주택공급량과 가계부채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하지만 2년 뒤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되는 때 어떤 변수가 나타날지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게다가 현재 20~30대 취업난과 고용의 질 하락추세는 가계의 가처분소득 증가가 쉽지 않은 상황임을 말해줍니다. 만일 입주 때 가계의 가처분소득 감소로 입주 포기 물량이 대거 쏟아진다면 집값 하락과 가계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몇 달전 만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90년대 말부터 20년 가까이 부동산 관련 일을 해왔지만 한국 부동산시장을 예측하는 것에는 자신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여태까지 업계 종사자들에게 들은 것 중 가장 정직한 고백으로 기억됩니다. 정부와 업계, 소비자 모두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