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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한 글자로 시작하여 꿈·별·꽃·밥·물·불·봄·집·나·힘 등을 붙이고 한 글자 이름이 동난 후에 두 글자, 그다음에 세 글자로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그래서 한 글자로 된 말의 의미만 잘 살펴도 인생의 중요 사항은 거의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대단한 발상이다. 일독을 권하고 싶은데 맛보기로 책의 앞부분 일부를 소개하고자 한다.
(1)뒤 : 내가 외롭지 않다고 착각하는 것은 내 뒷모습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2)옷 : ‘옷’이라는 글자는 사람을 닮았다. 머리와 목, 두 팔에 두 다리까지. 그런데 가슴이 없다. 가슴이 없는 사람은 옷이다. 사람이 아니라 그냥 옷이 길거리를 걸어 다니는 것이다. (3)산 : 산의 매력은 정상이 있어 도전의욕을 갖게 하고, 바다의 매력은 정상이 없어 욕심을 내려놓게 한다. 당신의 매력은 때론 산을, 때론 바다를 찾을 줄 아는 것이다.
(4)꽃 : 꽃은 아름다움을 가르쳐 주는 게 아니라 아름다움은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5)연: 연은 하늘의 높이를 재는 기구다. 우주선처럼 너무 빨리 달려 하늘에 구멍을 내는 일이 없도록 오늘도 조심조심 날아오르며 측정 중이다. 천천히 가야 도중의 곳곳에 놓인 행복이 보인다. 행복은 도달이나 도착이 아니라 도약과 도전을 즐기는 것이다. (6)씨 : 씨와 열매 사이에는 세월이 있다. 그것은 비·바람·곤충의 습격을 기다리는 시간이다. 어떤 씨도 세월을 생략할 순 없다.
(7)봄(春) : 봄에게 배울 점, 그것은 햇볕을 초대하는 능력도 아니고 시냇물을 다시 흐르게 하는 능력도 아니고 새싹을 틔우는 능력도 아니고 개구리를 튀어나오게 하는 능력도 아니다. 봄에게 배울 점은 딱 하나, ‘뛰어난 위치선정’이다. ‘겨울’ 다음이라는 위치선정이다. 추운 겨울이 없었다면 봄은 누구도 기다리지 않는 평범한 계절이었을 것이다. 내 능력을 키우는 일만큼 중요한 일이 내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곳에 나를 데리고 가는 일이다. (8)팔 : 키가 능력이라면 팔은 간절함이다. 목표가 190㎝ 높이에 있고 키가 160㎝라면 목표에 닿을 수 있겠나 없겠나? 있다. 우리에겐 팔이 있기 때문이다. 살면서 놓친 것, 그냥 지나친 것, 포기한 것들의 대부분은 팔을 뻗지 않아 인연을 맺지 못한 것들이다.
(9)에이(A) : 생긴 걸 보면 알지, 위로 치솟겠다는 의지가 누구보다 강해 맨 앞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거야. A, 그것만은 아니지. 치솟겠다는 의지가 뜬구름이 되지 않도록 ‘두 다리’는 땅을 딛고 있다는 사실. (10)돈 : 남들이 돈 벌었다는 길을 뒤따라가면 다 주워가고 없다. (11)적 :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허우‘적’, 결정하고도 시작하지 못하는 뭉그‘적’, 시작한 후에도 자꾸 뒤돌아보는 흐느‘적’. 내 안에 사는 내가 이겨내야 하는 ‘인생3적’이다.
(12)일 : 일에 ‘프로’가 되지 않으면 일의 ‘포로’가 된다. (13)신(神) : 백발에 하얗게 수염을 기른 신(神)이 나를 찾아와 20살로 돌아가게 해준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맙다고 깍듯이 인사한 후에 거절해야겠지. 살아본 나이를 또 사는 건 재미가 덜 할 테니까. 20살엔 알지 못하는 소중한 가치가 지금 내 나이에도 있을 테니까. 인생은 한순간 한순간 끝까지 소중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지(인생은 연습이 없기 때문에).
(14)섬 : 섬이 외로워 보이는 것은 온종일 육지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육지만 바라보느라 자신의 품에서도 꽃이 피고 새가 지저귀고 물이 흐른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15)뼈 : 읽는 것과 듣는 것과 보는 것은 인생의 살이고, 왜 읽는가, 왜 듣는가, 왜 보는가는 인생의 뼈다. 뼈가 있어야 살이 붙을 수 있다.
(16)공 : 탁구공아, 네 몸집이 작다고 움츠러들지 마라. 덩치는 아무것도 아니란다. 상처 꿰맨 자국이 울퉁불퉁 남아있는 야구공, 가슴에 구멍이 세 개씩이나 뚫린 볼링공, 이 사람 저 사람 발에 차여 늘 흙투성이가 되는 축구공, 공이라 부르기 미안할 정도로 얼굴이 뒤틀어져 버린 럭비공……. 어때, 작지만 깨끗한 네 얼굴이 자랑스럽지 않니? 조금은 힘이 나지 않니? 몸집이 클수록 상처도 크고, 능력이 클수록 고민도 크고, 곳간이 클수록 외로움도 큰 거란다.
(17)방(房) : 큰 방이 큰 방인 것은 옆에 작은 방이 있기 때문이다. 작은 방이 사라지는 순간 큰 방은 단칸방이 되고 만다. (18)쿨(cool) : “어제 모임 왜 안 왔어?” “응, 몰랐어.” “못 온다고 연락이라도 하지.” “응, 못했어.” 어이없는 웃음이 나올 정도로 Cool한 대답이다. 어쩌면 우리는 별 소용도 없는 변명과 핑계를 마련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지불하고 있는지 모른다. (19)잠 : 불면증은 낮에 치료해야 한다. 오늘 충분히 움직였는가? (20)벼 :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고, 사람은 잃을수록 고개를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