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 유용하고 법조인 매력적인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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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원장은 이날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영란법’에 대해 “여론 자체가 그 법은 선한 법, 반대하면 악(惡)이라는 프레임을 형성해 정치권 내부에서도 이 법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안된다는 압박이 존재했기 때문에 결함이 많은 것을 알면서도 이 법을 통과시킬 수밖에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법조인 출신인 이 위원장은 “법조인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공익적 가치는 무엇이고, 그것이 사익과 충돌될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며 “공익과 사익의 충돌을 조정함으로써 정서적 충만감을 얻기도 하는 법조인은 매우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조언했다.
청년들이 겪고 있는 경제·사회·문화적 어려움에 대해선 “국회의원으로서 고통받고 있는 청년들의 꿈과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할 뿐”이라고도 했다.
다음은 이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국회 법사위원장으로서 주로 어떤 업무를 수행 중인가.
“국회와 같은 회의체 기관에서 원만한 진행을 위해 각 상임위 위원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회 상임위 중 하나인 법사위는 제대로 된 법이 생산되도록 잘 다듬을 책무를 가진다. 다른 상임위에서 다룬 것을 본회의에 회부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검토한다. 또한 법사위의 고유 권한으로 법원·법무부·검찰·감사원·법제처 등과 관련된 법안을 전속으로 관장한다. 다른 법률과의 충돌 문제, 법리상 중대한 결함의 유무 등을 심사하고 수정·보완해 입법 체계를 총괄적으로 이끌어 나간다.”
-체계·자구 심사의 구체적인 기능은 무엇인가.
“법사위의 권한 중 중요한 것이 체계·자구 심사권이다. 흔히들 맞춤법 등을 고치는 것이라고만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체계라는 것은 헌법과 법의 체계 전반을 말한다. 헌법에 위반되는지, 다른 법률과 충돌되는지, 기본 법리 상 결함이 있는지 등을 심사하기에 다른 상임위에서 월권행위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법사위의 권한은 국회법에 명시돼 있다. 또한 양원제를 채택한 선진국들에서 상원이 하는 역할을 단원제인 우리나라에서는 법사위가 하는 것이다. 그 도구가 체계·자구 심사권이다.”
- 김영란법 입법에 회의적인 입장을 취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김영란법은 크게 5가지 점에서 위헌성을 갖고 있다. 첫째, 자의성이다. 어떤 법이든지 그 대상과 범위를 정할 때에는 일정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 김영란법은 원래 공직자 사회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기 위한 법인데 언론인과 사립학교까지 포함을 시켰다. 그 대상을 이렇게 넓힌 이유가 일관성이 없어 자의적이다.
둘째, 지나치게 넓은 법의 적용 범위는 자의적인 법 집행을 야기할 수 있다. 김영란법 하에서는 검찰·경찰·권익위원회의 권한이 비대해지고, 과잉 권한을 갖게 되고 표적 수사 등을 하게 될 위험이 있다.
셋째는 부정 청탁, 형사처벌이나 과태료의 전제가 되는 요건을 정하는 것이 법치주의에 따라 명확하지 않다. 이를 명확성의 원칙이라고 하는데 판례상 이러한 원칙을 충족하지 못해 무효가 되는 경우가 있었다. 김영란법의 경우 형사처벌이나 제제조항들이 너무 불명확해서 위헌의 여지가 있다.
넷째로 형의 요건을 정하는데 있어 하위법령에 백지위임한 조항이 있다. 해당 법 10조에 사례금과 관련한 규정이 있는데 사례금을 줄 때는 일정한 금액을 초과하면 과태료를 받게 된다. 그 일정한 금액을 법에서 정하지 않고 하위 법령에 위임하고 있다.”
이는 죄형법정주의에도 위배된다. 이처럼 법에 위헌적 요소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러한 위헌적 요소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고, 수사기관이 과대한 권한을 가지게 될 위험성이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언론 출판의 자유와 김영란법의 관계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김영란법의 대상에 언론인들을 포함시킴으로써 헌법상 또 하나의 중요한 가치라고 할 수 있는 언론의 권력에 대한 공적 감시와 비판 기능이라는 역할을 옥죄일 여지가 있다. 언론 출판의 자유에 대한 본질적인 침해가 될 수 있는 위헌적 조항인 셈이다. 총 이러한 5가지가 김영란법에서 위헌성이 있다는 부분이라고 본다.
하지만 워낙 여론의 압박이 심하고, 여론 자체가 그 법은 선한 법, 반대하면 악(惡)이라는 프레임을 형성해 정치권 내부에서도 이 법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안된다는 압박이 존재했기 때문에 결함이 많은 것을 알면서도 이 법을 통과시킬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 법안을 처리하면서 나 자신이 법사위원장으로서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기반성을 하기도 했다.”
- 김영란법의 시행 전에 수정입법에 대한 계획이 있는가.
“나 자신도 수정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고 대한변호사협회에서도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사회적으로 법의 수정에 대한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것은 당연히 국회가 해야 하는 일이다. 법에 중대한 결함이 있고, 위헌성이 있는 것을 알면서 통과시켰는데 이에 대해서 위헌성이 없게,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게 다듬어야 한다.
그리고 입법 과정에서 어찌 보면 정치인에 대해 민감한 조항일 수 있는 이해충돌 방지 조항은 빠졌다. 이건 포함시켜야한다. 정작 핵심 중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해충돌 방지 조항은 빼놓고, 나머지 2개 부정청탁 금지와 금품, 향응 제공 금지만 포함을 했다. 이해충돌도 포함시키는 동시에 위헌적 요소를 제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지난 2월 26일 헌법재판소가 간통죄 위헌을 선고한 것에 대한 견해는.
“개인적으로는 간통죄 폐지에 반대한다. 여러 공익적 차원에서 간통죄가 여전히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일부일처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민법상 남녀가 정조를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를 위반했을 때 단순한 손해배상책임으로 전락시키고 형사처벌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회의적 입장이다. 간통죄는 상대방의 불륜으로 가정이 깨졌을 때 생활 대책을 상실하는 것을 막는 장치로 기능해 왔다. 그 역할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성적 자기결정권을 더 우선시해서 헌재에서 결정을 했는데 이는 다른 것을 고려하지 않은 졸속 결정이다. 예를 들어 민법상 정조의 의무와의 관계나 자식 부양 문제 등은 어찌 할 것인가. 간통죄가 폐지됐다고 해서 간통하라는 말은 아니다. 그런데 마치 그러한 것 같은 풍조가 생겨나고 있다. 후속 조치의 마련 없이 아홉 명의 ‘선출되지 않은 권력들’이 곧바로 위헌 결정을 한 것은 과도한 사법 개입이다.
국회에서 법이 마련될 때는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사람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300명의 의원들이 집단 지성을 발휘해 합의에 도달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국민에 의해 직접 선출되지 않은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이 법리적 이유만으로 위헌 결정을 단박에 내린 것에 개인적으로 회의감을 느낀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후속 조치는 없는 것인가.
“아직 없다. 앞으로 의논해보려고 한다. 법사위에서 전문위원들과 함께 간통죄 폐지에 대한 후속 대책, 관련 조항의 모순 처리 등을 생각해 볼 것이다. 헌재 입장은 손해배상 즉 위자료로 해결하라는 건데 기껏해야 4000, 5000만원이다. 가정이 깨졌을 때 그것으로 어떻게 평생을 꾸려가나.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
-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화제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기존의 새누리당에서 원내대표, 당 대표들이 보이던 행보보다는 파격적이다. 문제는 그것이 새누리당의 입장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무성 대표 등 새누리당 내의 많은 의원들이 연설 내용과 관련해 당의 입장이 아니라고 하고, 청와대와 당 내에서 조율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말로만 반성하고, 개혁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연설 이후 새누리당 내 대부분의 반응은 전혀 새누리당의 입장 선회가 아니라는 것이어서 그 의미가 반감 됐다. 개인적으로는 유 원내대표의 연설을 높게 평가한다. 하지만 국회는 공적인 자리에서 의견을 조율하고, 타협해 나가는 기구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행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발언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 최근 많은 청년들의 삶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선 인생의 선배로서,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함을 느낀다. 특히 국회의원으로서 청년들의 꿈과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할 뿐이다. 현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힘으로 바꾸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서는 안된다. 스스로가 절박해야 한다. 충남대학교에서 제임스 김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대표의 특강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정말 취업하고 싶다면, 절박한 모습을 모여라. 우리 회사에 입사지원서를 제출하면서 G메일로 보내는 건 절박함이 없는 것’이라는 게 특강의 메시지였다. 그렇다면 절박한 것이 무엇이냐. 스스로 ‘흥’이 나야 한다. 분야를 막론하고 어떤 일을 하고 싶다면 다른 사람 눈에도 내가 정말 그 일을 하고 싶어 하는구나, 이런 분위기를 내야 된다.”
- 어려운 현실에 ‘3포세대(연애·결혼·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가 된 청년들이 과연 그런 흥을 가질 수 있을까.
“물론 청년세대에게 두려움이 있다는 것은 안다. 그러나 터널을 생각해보라. 처음에는 들어가기 무섭고 앞이 컴컴하지만 결국에는 끝이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어떤 분야를 선택하든 우리 청년들이 10년을 투자하면 충분히 지금보다 더 성장할 수 있으리라 본다.
물론 그렇게 마음먹기 두렵고, 중간에 좌절하는 일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생의 ‘터널’을 하나하나 잘 지난다면 다음에 마주하게 되는 어떠한 터널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터널을 잘 보낸 사람들의 힘이 이 사회를 올바로 이끌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
- 사법고시 합격 후 변호사로 경력을 쌓은 뒤 국회의원이 됐는데 법조인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특히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법학은 굉장히 유용한 학문이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면서 다른 전공자가 유입됨으로써 법률 서비스의 품질이 향상될 거라 본다. 그러나 지금 당장 로스쿨 졸업 후 고소득을 얻는 건 힘들다. 누가 3년 법 공부하고 로스쿨 을 졸업한 변호사에게 인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송사를 맡기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조인은 상당히 매력적인 직업이다.
법조인은 단지 판사·검사·변호사뿐만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무궁무진하다. 기업의 법무 분야에서 일해 볼 수도 있고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의 공무원직에 지원할 수도 있다. 또한 공익과 사익의 충돌을 조정함으로써 정서적 충만감을 얻기도 한다. 공익적 단체에 진출하는 것도 매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법조인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공익적 가치란 무엇이고, 그것이 사익과 충돌될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