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트 대사는 이날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가 주최한 조찬강연회에 참석한 길에 괴한의 공격을 받았다. 리퍼트 대사는 크게 피를 흘린 채 병원으로 후송됐다.
미 대사를 공격한 범인은 “전쟁훈련 반대”를 외친 것으로 전해졌다. 리퍼트 대사는 이날 행사에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 그리고 한·미관계 발전방향을 주제로 강연을 준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리퍼트 대사가 이날 공격을 받은 것은 최근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이 과거사에 관련해 일본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과 함께 한·미 연합 군사훈련으로 남북 간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것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셔먼 차관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정치지도자가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다”면서 “그러나 이 같은 도발은 진전이 아니라 마비를 초래한다”는 발언으로 한·미 간에 적지 않은 반미 감정이 고조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외교전문가들은 셔먼 차관의 발언은 단순히 어느 특정 국가를 겨냥했다기 보다는 동북아시아 패권 경쟁 속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외교독트린 ‘아시아재균형’ 정책의 일환으로 한·미·일 관계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수준으로 보여진다.
다만 셔먼 차관이 발언한 시점이 일제 탄압 속에서 자주독립을 대내외에 선포했던 무폭력 항일 저항운동인 3·1절께 이뤄졌다는 것이 국민 감정에 적지 않은 나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발언의 수위 조절에 있어서도 마치 일본을 두둔하고 한국과 중국이 미래 지향적으로 일본을 자극하지 말라는 다소 편향적으로 한·중 국민 모두에게 비춰졌다는 것이 문제의 시발이 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외교전문가들은 갈수록 미·중 패권경쟁이 동북아에서 격화될수록 미국의 한·미·일 남방 삼각동맹을 모든 분야에서 강화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역내 지역동맹체제를 견고히 하면서 한·미·일 동맹체제를 확인하기 위한 미국의 외교적 발언과 정책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 외교전문가는 “한국에게 있어서 사실상 미국은 ‘생존’이 직결된 군사 안보관계이며, 중국은 미래 번영과 발전이 걸린 ‘경제적 관계’로 가고 있다”면서 “강대국의 틈바구니 속에 끼여 있는 한국이 강력한 미·일 동맹 사이에서 한국이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 지는 정말로 심사숙고해 신중하게 외교력을 구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다른 외교전문가는 “일본은 2차 세계대전 때 원자폭탄을 2차례나 미국으로부터 공격받은 피폭 패전국이면서도 상대적으로 한국보다 미국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면서 주일 미군 기지도 무려 400여 곳이나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은 한국에게 주는 메시지가 적지 않다”면서 “한국이 동북아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대북 억제력을 포함한 한·미 군사동맹을 보다 확고히 하면서 중·일·러 관계를 전략적으로 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