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카네기 국제평화연구소 세미나에 기조연설을 통해 한·중·일 3국 모두 과거사 갈등에 책임이 있다며 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민족감정은 여전히 악용될 수 있고, 정치지도자가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다”며 “그러나 이 같은 도발은 진전이 아니라 마비를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한국과 중국이 과거사 문제를 국내정치에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는 “스스로 만든 역사의 덫에 갇히는 국가의 위험한 이야기를 멀리서 살펴볼 필요가 없다”며 “과거가 미래 협력에 미치는 영향이 불행히도 너무 크다”고 과거사 갈등을 ‘봉합’하려는 듯한 발언을 했다.
당초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요구했던 미국이 동북아 역내 국가들이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식의 ‘양비양시론’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이는 과거사로 인해 한·미·일 안보협력이 약화되면서 대(對) 중국 견제구도가 흔들리자 서둘러 ‘봉합’을 택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셔먼 차관은 “미국과 일본, 중국, 한국이 지속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가고 올바른 목적을 위해 힘을 합친다면 더욱 번영할 것”이라며 “이는 앞으로 몇 달간 오바마 행정부가 지속적으로 강화할 메시지”라고 말해 3국 정상들과 직접 ‘봉합’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은 4월 말 또는 5월 초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9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초청할 예정이다. 박근혜 대통령과는 오바마 대통령의 여름 휴가 이전으로 방미 기간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미국 의회 연설을 통해 아베 총리가 구색만 맞춘 사과를 표명하면 미국은 이를 토대로 한국에게 양보를 하도록 종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