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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X집중분석⑭] KFX사업 ‘이대로 가면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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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기자

승인 : 2015. 02. 02. 06:39

30조원 혈세 군 전력증강사업, 총리실 직속 국책사업단 꾸려야 전문성·투명성·객관성 확보...업체에만 맡겨 놓으면 '껍데기만 국산전투기' 우려...방사청, 공군, ADD, KAI, KAL, 협력업체 '창조경제' 절실
“국민 혈세가 30조원 넘게 들어가는 국책사업을 사업단도 꾸리지 않고 업체에만 무책임하게 맡겨 놓는 법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인 KFX 사업이 지금처럼 진행되면 망할 수밖에 없다.”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에 심각한 ‘비상등’이 켜졌다. 창군 이래 최대 군 전력증강 사업을 전문성 있고 투명하게 끌어가기 위해서는 사업을 제대로 관리·감독·분배·통제할 수 있는 범정부 차원의 국책사업단을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KFX 사업이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에서 예산과 조직, 인력에 대한 지원과 협업을 할 수 있는 총리실 직속으로 보라매국책사업단을 하루 빨리 꾸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학계의 한 항공전문가는 “30조원이 넘는 국민 혈세가 들어가고 미래 대한민국 항공산업 발전과 공군력을 좌우할 KFX사업을 업체에만 알아서 떠넘겨 놓는 것은 정말로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항공전문가는 “지금은 범정부 차원에서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ADD)·공군·대한항공(KAL)·한국항공우주산업(KAI)·LIG넥스원·삼성탈레스·삼성테크윈·한화, 국내외 협력업체 등 모든 관련 기관과 연구소, 업체가 다 달라 붙어서 사업을 진행해도 될까 말까 하는 상황”이라고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오는 9일 체계개발사업 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 마감이 1주 밖에 남겨 놓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 제안서 작성을 위한 물리적 시간이 촉박해 KAI와 경쟁하고 있는 KAL이 사업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흘러 나오고 있다. KAI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하게 되면 사실상 입찰이 유찰될 수밖에 없다. 유찰 후 통상 2주 간의 기간이 더 주어지는 2차 입찰에서도 KAL이 얼마나 준비를 해서 입찰에 참여할지도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KAL이 미국의 보잉사와 기술협력관계를 맺고 KFX 사업에 뛰어 들려고 했던 당초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유럽의 에어버스사와 파트너십을 갖고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구상도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주 동안이라는 물리적 시간이 촉박하고 KAL이 KFX 사업을 딸 수 있을 것인가하는 확신을 에어버스사에 얼마나 심어 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그렇다고 KAI의 사정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일단 소식통들과 전문가들은 지금 상황에서는 KAI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한국형 전투기를 우리 손으로 만든다고 하면서 정작 중요한 핵심 기술과 장비, 구성품을 해외에서 가져와서 붙인다면 굳이 KFX 사업을 하지 말고 차라리 전투기를 사오는 것이 낫다는 비판이 거세다. 전투기 껍데기만 한국형으로 만들려면 수조원의 국민 혈세를 쏟아 부으면서 KFX 사업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KFX 사업의 국산화 핵심 기술과 부품으로는 에이사(AESA) 레이더·표적획득장비(TGP)·적외선탐지장비(IRST)·전자교란장비(JAMMER)·임무컴퓨터 소프트웨어(OFP) 등을 말한다. KAI의 기술적 협력 파트너인 록히트마틴사가 과연 한국에서 만드는 한국전투기에 미국의 핵심 기술과 장비 협조를 통해 한국이 국내 개발하게 놔 두겠느냐는 부정적 시각이 많다.

록마는 무조건 KAI와 했던 고등훈련기 T-50 사업 때처럼 기체 껍데기인 플랫폼만 한국이 만들고 핵심 부품과 기술은 블랙박스화해서 그대로 꼽고 장비에는 손도 못되게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KFX 사업의 성패는 정부와 방사청이 어떻게 하느냐에 전적으로 달렸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범정부 차원에서 총리실 직속의 국책사업단을 하루 빨리 꾸리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KFX 사업에 대한 본래 목적과 전문성,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업체에만 맡겨 두지 말고 정부가 나서 국책사업으로 끌고 가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F-15K 전투기편대 탑승해 군사대비태세 점검하는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이 제대로 가기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에서 예산과 조직, 인력에 대한 지원과 협업을 할 수 있는 총리실 직속으로 보라매국책사업단을 하루 빨리 꾸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윤희 합참의장(맨 앞)이 지난달 31일 새해를 맞아 우리 공군의 최신예 전투기 F-15K 타고 육·해·공군의 군사대비태세를 점검하고 있다. / 사진=합참 제공
한 항공전문가는 “국민 혈세가 천문학적으로 들어가는 군 전력 증강 사업을 업체에만 맡겨 두고 정부가 나몰라라 뒷짐만 쥐고 있는 것은 결국 사업이 망하거나 제대로 갈 수 없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서 “박근혜정부가 지금 창조경제와 창조혁신, 창조국방을 얘기하고 있는데 KFX 사업이야말로 정부가 철저하게 사업과 예산을 관리 감독하면서 국민적 고용 창출을 통해 항공산업 발전이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학계의 한 항공전문가는 “KFX 사업은 근본적으로 군이 원하는 전투기를 만들어 주면서 대한민국 항공산업 발전에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지금의 사업 진행은 정부가 업체에 질질 끌려 다니며 수백개의 협력업체들이 체계개발업체 눈치만 보며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체계개발업체가 만들기 쉬운 전투기를 만들도록 사업 구조가 돼 있다”고 지적했다.

한 공군 예비역 전문가는 “KFX 사업의 예산은 개인이나 특정 업체의 돈이 아닌 국민 혈세인 나랏돈이 수십조까지 들어가는 사업으로 정부가 철저하게 통제해야 한다”면서 “진짜 우리 전투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남의 전투기를 만들어서 포장만 씌어 놓는다면 정말로 문제가 심각하다. 지금은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인력이 대거 참여해 사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니터링 해 나가야 실패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성용 KAI 사장은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KFX 사업과 관련해 “미국에서 기술협력업체(TAC)인 록히드마틴 사장과도 얘기했는데 기술 이전은 흔쾌히 해주겠다고 했다”며 “록히드마틴과는 100% 이전하는 걸로 얘기가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핵심기술은 미 정부 차원의 결정이 필요하다”면서 “록히드마틴이 아무리 주려고 해도 미 정부에서 라이센스를 발급하지 않으면 못주게 돼 있다”고 말했다.

하 사장은 “미 정부의 EL(수출승인)부문과 관련해 정부 특히 방사청에서 많은 기술을 전해주도록 요청하는 활동을 해 달라 부탁하고 있다”면서 “스텔스 기능이나 이런 몇 가지는 미 정부에서 통제를 강하게 하고 있어서 쉽게 이전은 안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 사장은 “우리 자체적으로 국산화 계획 설정해서 기업에서 자체 돈을 들여 10년 또는 몇 년이 걸리는 첨단기술 개발을 하기 힘들다”면서 “그래서 국방과학연구소 등 좋은 연구기관에서 기업이 못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우리가 기체를 완성해 장착하도록 도와주면 좋겠다는 차원인데 ADD에서도 노력하고 있는 걸로 안다”고 했다.

하 사장은 사업 투자와 관련해 “최근 회의 과정에서 투자하겠다는 확답을 받았으며 오는 9일까지 제안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그때까지 답을 받기로 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기술 이전과 관련해 록마가 미 정부를 설득해서 제공해야 하는데 방사청이 미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꼭 필요한 기술을 미 정부가 허가하지 않으면 KFX 개발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무조건 미국의 ‘자비’에 의존하려는 ‘기술종속주의’, ‘기술사대주의’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는 의견이다. 기술을 미 정부가 통제하고 있어 이전하지 않을 것이 뻔한데 왜 록마를 고집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다.

현재 스텔스 기능은 요구되지 않고 있으며 향후 확장성만 갖추면 되는데 미 정부가 통제하는 기술을 국산화하지 못한다면 KFX 개발이라는 목표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TAC는 필요한 기술을 모두 확보 가능하다는데 전제를 두고 결정해야 KFX 사업이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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