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정보기관들이 최근 무선 통신 감청을 통해 레바논 헤즈볼라의 한 간부가 여러 차례 ‘핵 공장’이라고 지칭하는 대화를 포착했다며 레바논 근처 시리아의 쿠사이르 인근 지하에 핵무기 개발 시설이 건설된 것이 확실하다고 독일의 주간지 슈피겔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체는 북한과 이란이 기술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 시설이 북한의 기술력 없이 건설할 수 없는 만큼 영변 원자로의 북한 기술자인 ‘최지부’가 연루됐고, 위성 첩보 사진 판독 결과 연료봉의 배열 순서가 북한 영변 것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 지하 핵 시설물에는 이스라엘의 지난 2007년 폭격에서 살아남은 것으로 알려진 핵 연료봉 등이 저장돼 있다. 지하 핵 시설은 2009년 건설되기 시작해 현재 위성 사진상으로는 경비 초소, 출입구로 추정되는 3곳을 위장한 창고 5곳 등 모두 6개의 시설물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Ynetnews’는 이와 관련 11일 온건 반군인 자유시리아군(FSA)이 핵 시설 건설 지역으로 지목된 쿠사이르 인근에서 이란과 시리아의 의심스러운 움직임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전했다. 목격자는 “확인된 것은 이란의 감독 지시 아래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시리아 정권이 단지 이것을 은폐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시리아는 농축할 경우 3∼5개의 핵무기를 만들 천연 우라늄 50t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은 핵무기 개발을 의심해 지난 2007년 시리아 알-키바르 지역의 시설물을 폭격했고, 당시 시리아는 이스라엘의 영공 침해와 ‘창고’에 대한 폭격을 항의한 뒤 핵개발을 단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핵무기 개발과 관련, 이란과 북한의 기술과 자원 교류에 대한 추론은 종종 제기돼 왔다. 지난해 말 유발 스타이니츠 이스라엘 정보전략부 장관이 “이란이 지난 수년간 북한의 핵개발 과정에서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북한은 이란에 미사일 기술과 인력을 전수했다고 결론 내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또 미국과 이란이 핵무기 개발 의혹을 받는 이란의 농축 우라늄 핵물질을 러시아로 반출하는 안에 지난달 잠정 합의했다고 AP통신이 지난 3일 보도해 러시아와의 연계 가능성까지 확장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4일 뉴욕타임스도 이란 핵협상에 정통한 서방 외교관과 관리들의 말을 인용, 러시아가 이란에서 농축 우라늄을 넘겨받으면 이를 연료봉으로 전환해 이란 부셰르 원자력발전소에 공급하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번 의혹 제기로 인해 국제 사회에 새로운 ‘핵 위협’ 문제가 부상함에 따라 오는 18일 제네바에서 재개될 이란과 주요 6개국(P5+1)간 핵협상 회의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최근 미국과 시리아가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해 공조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이 지하 핵 시설물 제거에 고심할 것이고, 이스라엘도 강경파들이 벙커버스터 등으로 폭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 것이라고 슈피겔은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