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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대관령 하늘목장서 ‘草地一貫’을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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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진 기자

승인 : 2015. 01. 01. 00:00

40여년 문걸어 잠그고 오직 목장에만 전념...순응 일깨워
양의 해 맞아 '양 이벤트'... 8m 눈사람과 사진 찍기는 덤
메인
대관령 하늘목장에 있는 양들이 2015년 양의 해를 맞아 눈밭을 달려가고 있다. 온순한 초식동물이지만 자기 뜻이 맞으면 끝까지 밀고 가는 습성이 있어 이 목장과 비슷하다.
2015년은 을미년(乙未年) ‘양띠 해’다.

육십 간지 중 32번째로 을(乙)이 청색이어서 ‘청양(靑羊)의 해’라 한다.

양은 성질이 온순한 초식동물로 무리지어 살지만 좀처럼 싸우지 않아 평화의 동물로 꼽히고 자기 욕심보다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특성도 있다.

‘양의 해’ 첫 여행지로 강원도 평창 대관령을 꼽았다.

추운데 무슨 대관령이냐고 하겠지만 양의 해를 맞아 그들을 통해 순응의 삶을 배워보자는 뜻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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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하늘목장을 찾은 관광객이 양에게 건초를 주는 모습이 서정적이다.
횡계리에 있는 ‘대관령 하늘목장’은 40년만인 지난해 9월 문을 열었다.

출발은 같이 했으나 옆집인 삼양목장이 10여년이나 빨리 문을 연 데 비해 너무도 늦은 이유는 마치 양을 닮았기 때문이다.

1972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대기업 총수들을 모아놓고 ‘개발론’을 역설했다. 국토는 좁은데 인구는 자꾸 늘어나자 산지를 개발해 소위 미래 먹거리를 만들자는 제안이었다. 이에 한일시멘트 고(故) 허채경 회장(1919~1995)은 300만평(10㎢, 여의도 3배 크기)이나 되는 대관령 황무지를 떠안아 팔자에도 없는 ‘목장’사업을 시작했다. 1974년 한일목장을 설립하고 일일이 돌을 고르며 초지를 조성한 끝에 이듬해부터 젖소와 한우를 키우다 1979년부터는 우유를 생산했다.

삼양목장은 식품회사이기 때문에 목장 자체가 콘셉트에 맞아 2000년대 초 일반인에게 개방했다. 하지만 한일목장은 있는지조차 몰랐다. 초지를 오가는 목동 외에는 누구 한 사람 출입 없이 우직하게 목장 일에만 매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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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하늘목장 양들이 목동을 따라 눈밭을 헤쳐가고 있다.
초지와 목장을 연결하는 길 외에 대부분 원시림을 이룬 것도 이 때문이다.

젖소와 한우가 한 때는 2000마리가 넘을 만큼 규모가 커졌어도 일반인 개방에 대해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일대가 올림픽 특구로 지정되고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경관농업이라는 국가의 부름에 어쩔 수 없이 개방을 택하고 말았다.

이왕 하는 것 제대로 해보자는 뜻에서 이름마저 ‘대관령 하늘목장’으로 바꾸고 2년여간 공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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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우애좋은 형제처럼 양 두마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하늘목장의 역사는 짧지만 좀 강렬한 편이다.

이게 ‘양의 해’하고 무슨 상관이냐고 하겠지만 사실 양은 온순하면서도 고집이 좀 센 편이다. 자기 뜻이 맞는다면 끝까지 밀고 가는 습성이 있어 이 목장과 비슷하기도 하다.

40년이나 문을 걸어 잠그고 그야말로 초지(草地)로 일관(一貫)함은 같다고 할 수도 있겠다.

양은 온순해 화를 잘 내지 않지만 한번 화가 나면 늑대도 도망칠 만큼 괴력을 지녀 추진력도 있다.

올해는 양의 해여서 이런 뜻도 좀 새겨봤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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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양과 눈밭을 가는 어미양의 모습이 다정스러워 보인다..
대관령 하늘목장에는 그런 양이 제법 많다.

요즘엔 목장에 내린 눈밭에서 양과 술래잡기를 하고 먹이도 주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건초비 2000원만 내면 양을 양껏 껴안고 뒹굴 수 있다.

또 눈미끄럼틀과 눈썰매를 탈수도 있고 대형 이글루 안에서 겨울 먹거리 체험도 가능하다. 8m 거인 눈사람과 사진찍기는 그저 덤이다.

대관령 하늘목장은 오전 9시에 문을 열고 오후 5시30분에 문을 닫는다. 입장료는 어른 5000원, 어린이 4000원이다. 목장 꼭대기까지 운행되는 트랙터마차는 어른 4000원, 어린이 3000원이다. 원형 트랙 2바퀴를 도는 승마체험은 1만원이다. (033-332-8061~3) /횡계=글.사진 양승진 기자 ysyang@

양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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